
국회부의장 등 굵직한 직함 섭렵·적극 활동 펼쳤지만
울산 시도·권역별 균형적 물갈이 바람 막기엔 역부족
한국당 전국 선거 지원 활동·총선 이후 역할론 등 관측
울산 출신 5선 정갑윤(울산중) 국회의원(전 국회부의장)의 21대총선 불출마 선언은 지난 연말부터 영남권에 몰아친 다선 중진 물갈이에 앞서 ‘용퇴’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총선 불출마를 결정하기 전 내심 ‘고통의 시간’을 우회로 나타냈으나 정계를 완전 떠나겠다는 메시지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총선가도에서 정 의원의 역할론이 나오는 동시에 ‘정치적 휴면기’를 통한 새로운 전환점을 설정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총선 불출마 선언 배경= 정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불출마를 결정을 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고민과 번민을 했다”고 토로했다. 20년 국회 의정활동을 완전 마감하고, 여의도 정치권의 ‘은퇴’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돼 착잡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또한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앞장서 지킴이 역할을 해온 지난날들에 대한 애정도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는 중진이라고 뒷짐만 지지 않고, 맨 앞에 나서 온몸으로 항전했고, 중진으로는 유일하게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면서 “중요한 순간순간, 고민하지 않고, 당을 위해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받은 사랑으로 누렸던 혜택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회견문에 담긴 이러한 언급은 16대국회부터 중구에서 내리 5선을 역임하는 동안 국회부의장 등 굵직한 직함들을 두루 섭렵, 21대 총선을 앞두고 차기 국회의장을 꿈꾸며 야심찬 도전을 해 온 그로선 정치적 허망과 회한이 교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가 전격 불출마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배경은 역시 영남권 중진들의 ‘용퇴바람’이 거세게 물아붙인 상황에다, 울산지역 좌장격으로 시도별·권역별 균형적 물갈이 바람을 차단하는 데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란 추론도 나오고 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국당의 ‘공천 흐름’은 중진 다선의원 컷오프와 용퇴 등에 대한 얘기가 많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 전 부의장이 황교안 대표와 불교계를 잇달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할동을 펼친데 이어 최근까지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책과 관련해 문화재청장과의 간담회 등 총선출마에 강한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는 이유는 고통속에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선당후사의 정신도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향후 전망 = 정 의원의 향후 정치적 행보는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불출마 기자회견문에서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을 수 있다. 그 과업을 향해 저는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지만, 한국당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5선 관록의 국회지도부 경력과 함께 국회불자 모임 정각회 회장을 역임한 폭넓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울산은 물론 수도권에 출마한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물론 전국적으로 패트롤 하면서 지원군 활동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당의 한 고위인사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에서 “정갑윤(선배 정치인)의 총선 불출마는 당을 위한 고심의 결단”이라면서 “총선이 지나면 곧바로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초대형 선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모종의 역할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정 의원이 용퇴한 중구에서는 문병원 전 시의원, 이동우 전 울산시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본부장,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 박성민 전 중구청장 등 4명이 한국당 공천티켓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두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