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부자’ 40대 공무원, 4명에 새삶 선물하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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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부자’ 40대 공무원, 4명에 새삶 선물하고 떠나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3.09.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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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 최종현 주무관
울산 북구 최종현 주무관

8년여간 주민들의 환경 개선 업무를 담당해 온 한 공무원이 장기기증으로 환자 4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영면했다.

7일 울산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뇌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은 최종현(46·사진) 주무관이 심장, 간, 콩팥 2개 등 가능한 모든 장기를 기증했다. 고인이 기증한 장기는 병마와 싸우던 환자 4명에게 이식돼 새로운 삶을 얻게 됐다.

최 주무관은 북구청 자원순환과에서 근무하던 중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회복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한 슬픔 속에서도 고인의 생전 장기기증 서약을 존중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동료들은 최 주무관이 평소 본인의 업무가 만만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힘든 동료나 후배가 있지는 않은지 언제나 살피는 사람이었으며. 자기 업무가 바쁨에도 옆 부서 동료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환경위생과 여직원 한 명이 ‘개 사육 민원’ 해결을 위해 동행 출장을 요청하자, 최 주무관은 다른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음에도 흔쾌히 시간을 냈다. 한 직원은 이 일화에 대해 “나중에 들으니 큰 개들이 짖고 땅은 질퍽하며, 냄새도 심해 솔직히 본인도 무서웠다며 씩 웃더라”고 회상했다.

1남1녀 중 첫째인 최 주무관은 미혼으로 평소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최 주무관은 20대에 자동차용품 관련 업체에서 근무하다 뺑소니 사고로 한쪽 팔을 잃었다. 이후 잠시 방황하다 가혹한 운명에 굴하지 않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다른 동기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북구청 공무원으로 입직했다.

장애를 얻은 후 시작한 탁구는 국가대표로 활동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고, 울산시장애인체육회 소속 선수로 활동하며 작년 전국장애인체전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딸 정도로 훌륭한 기량을 뽐냈다.

또 전국공무원노조 울산북구지부 조직1부장으로서 공무원들의 정치 표현의 자유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조합원들에게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조합원 총투표’를 추진하고, 그에 대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주은희 전국공무원노조 울산북구지부장은 “업무, 운동, 음악, 인간관계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열정 부자로, 같이 있으면 주변인까지 신이 나고 힘이 나는 사람이었다”며 “그의 몸이 비록 우리를 떠나더라도 우리는 죽는 날까지 그를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최종현이라는 이름은 영원히 우리 안에 살아 숨 쉴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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