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출신 김기현(남을·사진)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사실상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3·9 대선 당시 원내대표 겸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은데 이어 지난 3월엔 집권당 대표로 등극한 이후 원만한 당정 관계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당 대표 7개월만에 치러진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참패한 뒤 당의 재건 카드로 ‘인요한 혁신위’ 출범으로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압박이 전방위로 전개되고 있다. 정기국회 예산 정국에다, 앞으로 전개될 휘발성 강한 정치현안 해법이 가로놓여 있는 상황에서 매우 복잡미묘한 심정이라는게 여권 내부의 시각이다.
◇정치 현안·총선 필승 돌파 전략
정기국회 예산정국에 돌입한 상황에서 김 대표는 윤재옥 원내대표와 투톱으로 윤 정부가 편성한 657조원의 예산안을 오는 12월2일까지는 무난하게 통과시켜야할 책임이 있다.
총선 전략의 일환으로 전방위 추진 중인 김포시 서울 편입과 관련된 ‘메가서울’의 성공적인 안착 역시 김 대표로선 또하나의 승부처다. 특히 12월23일 이후엔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야권이 뭉쳐 법안처리가 가능한 이른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한 민감한 현안에 대해 여권 지도부로선 초비상이 걸린 형국이다. 야당발 법안이 처리될 경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도 당정의 긴밀한 대처가 필수다. 연말연초엔 총선을 불과 3~4개월 앞둔 가팔라진 시점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총선에 미칠 파장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총선 직전 당정의 파열음은 곧바로 여권의 분열을 의미하는 것이다. 때문에 김 대표로선 거취를 둘러싸고도 치밀하고도 전략적인 접근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의 선택지는
전국 17개 시도당 가운데 사실상 ‘미니 선거구’인 울산의 정치적 한계에다, 산업수도 울산의 거시적 발전을 위해선 대 정부, 대 국회 ‘다선 의원’ 역할론에 대한 기대심리 역시 적잖은 것도 현실이다.
울산시정부를 중심으로 대 정부 국비확보와 현안해법에 있어 상대적으로 ‘힘있는 다선 의원’의 역할론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민선 8기 김두겸 시정부 출범 후 지역으로선 김 대표의 막후 역할을 통해 이차전치특화단지 유치를 비롯해 국비확보에도 큰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다. 실제로 정부 장·차관을 비롯한 실국장들은 시도별 현안해법 및 국비지원과 관련해 지역출신 국회의원의 ‘선수’(選數)와 당직에 따른‘정치적 파워’ 등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역 행정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불출마 또는 울산을 떠나게 되면 울산 정치권은 향후 상당기간 다시 변방으로 전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산업수도 울산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지역구 사수냐, 불출마 선언 등 파격적인 승부로 여권 전체 개혁 돌풍을 일으킬 것인가 ‘목하고심’에 직면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가 지난주 남을구 선출직 당원 중심 300~400명이 참석한 대규모 산행을 한 것도 지역 구민들의 여론과 정서를 아우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집권 당대표의 위치에서 ‘나홀로’ 선택지 역시 자유롭지 않다. 용산과의 사전조율도 필수다.
특히, 김 대표가 4선 의원으로 성장하며 당대표까지 등극한데는 지역 정서도 무시할순 없다. 남을 지역구 사수는 울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지역발전을 외면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기대와 동시에 전국 주요 지역 지원사격에 나설 수 있다는 당위성도 있는 게 사실이다. 반대로 수도권 험지출마 또는 불출마로 가닥이 잡힐 경우엔 영남권 현역 물갈이 전략의 일환으로 ‘잠시 기폭제’가능성은 있지만 정치생명은 담보할 수 없다.
김 대표를 아끼는 울산 행정계와 시민들은 “12월 말 또는 내년 1월 초께 출범하는 공천관리위의 판단에 공을 넘겨라”는 주문도 나온다. 총선을 5개월 앞둔 중대 기로에서 김 대표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