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민병도 ‘포행(布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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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민병도 ‘포행(布行)’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4.02.02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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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걷는 길 끝에는 내가 버린 내가 있다
9할은 물에 잠기고 나머지도 바람인 섬
그 섬에 혼자 남겨진 널 만나러 떠난다




온전한 나를 찾아 나서는 ‘포행’의 시간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시인은 ‘포행’이란 제목 아래 스님들이 참선 이후 잠시 방선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그런 순간을 포착하여 시인이 자신 아닌 자신을 살고 있지 않은가를 성찰한다.

누구라도 가끔은 자신을 자신이 아닌, 남으로 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살아있으면서 살아있는 몫을 다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시인은 혼자일 때 ‘내가 버린 내’를 찾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처음 태어난 순수 무구란 그 순간의 나, 입지의 젊음 풋풋하던 시절의 나를 차마 버리고 싶어 버리겠는가. 삶의 궤적에 꿰어 처음 가고자 한 길만을 걷는 자가 몇이나 될까?

40~50년 인생을 흘리고도 신발 한 짝 잃어버린 것처럼 허둥지둥 뒤 돌아보지 않고 막무가내 달려간다면 들판의 누떼와 뭐 다를 바 있겠는가. ‘내가 버린 나’를, 온전한 나를 찾아 시인 자신의 존재론적 삶과 의지를 찾아 떠나는 ‘포행’의 시간에 대한 각성의 메시지를 읊은 절창이다. 지상의 존재자들을 향한 마음을 언어적 의장으로 아름답게 감싸고 있는지를 독자는 감지한다. 우리는 민병도 시조 3장의 아름다움을 넘어 예술적 존재론적으로 깊게 승화됨을 목도해 민병도 시인이 우리시대 거장임을 거듭 확인 하는 것이다.

시인은 경북 청도출생으로 영남대학교 미술대학·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역임, 현재 국제시조협회 이사장, 이호우·이영도 문학기념사업회회장, ‘민병도 갤러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조집과 시집 <바람의 길> 외 23권, 평론집 <닦을 수록 눈부신 3장의 미학> 외 2권, 수필집 <고독에의 초대> 외 2권, 시화집 <매화 홀로 지다> 외 2권 등을 펴냈고, 한국화 개인전·초대전을 30여차례 열었다.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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