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숨지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로,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2022년 1월부터 시행됐다.
정부·여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확대 적용 유예를 추진해왔지만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을 요구하는 민주당과의 입장 차로 확대 시행을 이틀 앞둔 지난 달 25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첫 사례로 지난 달 31일 부산 기장군의 폐알루미늄 처리업체에서 30대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청은 이에 대해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법 개정 불발로 해당 사업장들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17개 중소기업 단체는 전날 국회 회견에서 “83만이 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한순간에 예비 범법자로 전락했다”며 “중소기업은 사장이 형사처벌을 받으면 폐업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여야는 재협상 불발 책임을 놓고 날선 공방전을 펼쳤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이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을 강하게 규탄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통해 우리 당이 제시한 협상안을 끝내 걷어찼다”며 “민주당의 비정함과 몰인정함에 대해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정부와 여당이 중소기업, 영세 상공인들의 어려움과 절박한 사정을 대변해서 유예를 촉구한 부분이 있는데 민주당이 끝내 이 부분을 외면한 것에 대해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정부·여당 제안을 거부한 배경에 대해 “민주당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고 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국회 본관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유예와 관련한 여야 협상 중단을 압박하면서 법 시행이 중단돼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여야 간 재협상 가능성은 당장은 크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추가 협상의 자세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고, 어떤 협상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재협상 여지는 이후 상황 변화에 따라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오늘 상황에선 일단 종료”라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일단 법 개정이 무산된 만큼 중대재해 예방 등 후속 조치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원내대표는 “지금으로선 소수 여당으로서 입법적 조치를 통한 문제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어쨌든 정부와 함께 사고가 나지 않는 조치와 법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일 방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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