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글자만 빽빽이 들어차 지루한 전시실
상태바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글자만 빽빽이 들어차 지루한 전시실
  • 서정혜 기자
  • 승인 2024.02.05 0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외솔 최현배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외솔기념관이 수억원을 들여 새단장하고도 관람객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전시로 지역민마저 찾지 않고 있다. 사진은 울산 중구 동동 ‘외솔기념관’ 전경.
울산은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아동문학가 서덕출, 충숙공 이예 등 조선시대에서 근대까지 뛰어난 업적을 세운 인물이 많다. 울산시를 비롯해 5개 구·군은 이들의 업적을 기리고 알리기 위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들여 전시관과 공원 등을 조성했다. 하지만, 정작 볼거리·교육·체험 등 콘텐츠 부족으로 관람객이 찾지 않는 곳이 많다. 울산 5개 구·군에 조성된 지역 인물 테마의 문화시설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주민 휴식처로 다양한 연령의 관람객이 고루 찾는 문화공간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해 본다.

◇관람객 눈높이에 안맞는 전시장

울산 중구 병영성 인근에 자리한 외솔기념관은 지난 2001년 외솔 최현배 생가터가 시지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건립 논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외솔기념관 개관에 앞서 2008년 외솔생가터 보수를 마쳤고, 기념관은 2010년 문을 열었다. 2011년 현충시설에 지정됐고, 2013년엔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도 등록됐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박물관 지정 이후 3년마다 실시하는 평가인증에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울산 중구는 이에 절치부심해 지난해 시비·구비 등 1억9000만원을 들여 외솔기념관 새 단장을 마쳤다. 추가로 스마트 공립박물관 구축 지원사업에도 도전해 메타버스 전시관도 만들고 증강현실 AR 체험도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유물과 외솔의 업적을 소개하는 안내글이 좁은 전시장에 빽빽이 전시돼 오히려 관람을 방해한다. 한글 관련 서적 등 자료를 모아놓은 한글실에는 볼거리마저 부족하다. 게다가 외솔 선생의 일생과 업적을 샌드아트로 담아낸 9분가량의 영상물은 음향이 나오지 않아 제대로 관람하기 어렵다. 외솔 선생과 관련 영상을 소개하는 영상실조차 상시로 운영되지 않는다. 전시 관람을 도울 해설사의 안내도 아쉽다.

이 때문인지 최근 찾은 전시실에는 평일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관람객 없이 한적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외솔기념관 관람객 수는 외솔한글한마당이 열린 10월에만 ‘반짝’ 1만3000여명이 방문했을 뿐, 3월 재개관 이후 월별 관람객이 1000~2000명 수준이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한 50대 관람객은 “외솔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울산 인물인지 몰랐다. 태화강국가정원 관광을 왔다가 우연히 알게 돼 전시장을 찾았다”며 “홍보가 잘 안돼 외지 사람이라면 찾아오기 어렵고 무엇보다 한정된 공간에 문자 위주의 전시가 이어져 어린이와 함께한 가족단위 관람객이라면 지루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글 특화 프로그램 필요

주택가에 자리해 접근성이 좋은 외솔기념관보다 인근에 지난 2016년 문을 연 외솔한옥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더 많다. 어린 자녀와 함께 찾은 30~40대를 비롯해 대다수 방문객은 외솔기념관 주차공간을 이용하고 기념관 관람 대신 도서관을 찾을 정도다.

외솔기념관 바로 위에 있는 외솔 생가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다. 시지정 문화재로 지정만 됐을 뿐 생가에 대한 설명 안내판은 찾아볼 수 없다.

울산 중구는 전시 등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외솔기념관을 전담해 운영하는 학예 인력을 배치해 전시 개편·유물 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어르신 한글교실을 비롯해 여름방학 체험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콘텐츠는 시민 눈높이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이에 주제별로 특화해 기획전을 바꿔가며 전시 유물을 선보이고, 가족 단위 관람객이 연중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타 기관에서도 진행하는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대신 한글 맞춤법통일안을 마련하고, 국어정책의 초석을 다진 외솔 선생의 업적에 걸맞게 어린이·유아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한글과 관련된 특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울산 문예계 관계자는 “체험과 교육이 없는 문화공간은 일회성 방문에 그칠 수밖에 없고, 전시장을 새롭게 만든다고 해서 방문객의 발길을 잡지 못한다”며 “외솔기념관은 한글학자인 최현배 선생의 업적과 활동에 맞는 프로그램이 지속해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축제 줄잇는 울산…가정의 달 5월 가족단위 체험행사 다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