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울산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임금 체불을 당했다며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한 소동이 벌어진 가운데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던 울산 지역 임금 체불액이 올해 들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면 7년 만에 울산 임금 체불액이 역대 최고액을 경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울산의 올해 1분기 임금 체불액은 142억3515만원으로 전년 동기(83억7169만원) 대비 1.7배나 증가했다.
울산의 임금 체불액은 조선업이 부진하던 2017년 53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8년 489억원 △2019년 465억원 △2020년 359억원 △2021년 437억원 △2022년 431억원 △2023년 378억원 등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만 2023년도 임금 체불 총액의 38%를 기록, 이대로라면 2017년 이후 7년 만에 5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액을 경신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실제 울산지청은 지난 3월 청년 등이 주로 종사하고, 임금 체불 등 기초적인 노동관계법령 위반이 자주 발생하는 30인 미만 121개 사업장의 현장 예방점검을 벌여 9400만원 상당의 임금 체불을 적발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도 올해 1분기에 체불된 임금은 57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3%나 급증했다. 이에 상반기에 임금 체불액이 1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임금 체불 급증 원인으로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함께 건설업계의 불황이 지목된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위축으로 인해 도산 등이 잇따르는 건설업계에서 이 문제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 흐름이 향후 건설 투자 감소 폭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원도급사 자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북항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이나 웅촌곡천지구 등에서 임금 체불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금 체불이 급증하면서 정부는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날부터 오는 5월31일까지 건설 현장에 대한 불법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법 위반이 의심되는 전국 150개 건설사업장을 별도 선정해, 채용 강요 및 임금 체불 등 기초 노동질서 위반 행위 전반에 대한 단속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고용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19일 ‘임금 체불 감소를 위한 제도 개선’을 주제로 한 정책연구용역 입찰을 공고하기도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지속적이고 엄정한 법 집행으로 법치주의가 완전히 정착하도록 하겠다”며 “사업주의 임금 체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선 근로감독관의 철저한 임금체불죄 수사와 함께 사업주에 대한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