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진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해 국내 화학산업의 재도약을 꿈꿨던 SK지오센트릭의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사업이 시황악화 등 대내외 여건 탓에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석유화학계 시황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비까지 치솟자, SK는 사업 추진 계획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세계 최초·최대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 단지를 중심으로 울산에 순환경제 전주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시정 계획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은 지난달 30일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에서 열린 ‘구성원 커뮤니케이션 데이’에서 대외 경영 환경 악화에 따라 울산ARC 사업 추진 계획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 임원은 울산ARC 사업과 관련해 “물가·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비 상승 등 최근 대외 경영 환경 악화에 따라 기존의 사업 추진 계획을 연말까지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실적 발표 이후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도 SK는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 추세와 친환경 사업 전반의 성장성 둔화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해 ‘카본 투 그린’ 전략 실행의 속도 조절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의 리밸런싱을 위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전제 하에 그동안 추진해 왔던 투자 및 사업 포트폴리오 중 선택과 집중, 그리고 속도 조절을 통해 향후 성장 추진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SK는 울산ARC가 들어설 부지에서 기반을 다지는 정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반 조성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되겠지만, 추후 진행 사항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검토 과정을 거쳐 일정을 조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열분해 공장, 폴리프로필렌(PP) 추출 공장, 페트(PET) 해중합 공장 등 3개를 동시에 지으려던 당초 계획 대신 열분해 공장만 착공하고 나머지는 추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함께 지으려던 PP 추출 공장, PET 해중합 공장은 사업성 검토를 거친 뒤 추후 건설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 울산ARC는 울산CLX 내 21만5000㎡ 부지에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울산ARC가 완공되면 매년 폐플라스틱 32만t이 재활용된다. 국내에서 소각·매립되는 연간 폐플라스틱의 10% 수준이며, 500㎖ 생수병 213억개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특히 울산ARC는 그간 재활용이 어려웠던 폐플라스틱까지 원료 상태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 추출, 해중합)을 모두 구현하는 종합 재활용 산업단지로 큰 기대를 모았다.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고부가 기술을 활용, 오염도·성상·색상 등과 상관없이 상당수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순환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울산ARC 완공 이후 울산 연간 수출이 7억달러 이상 증가하고, 간접생산 유발효과가 연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이를 활용해 재활용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확대해 순환경제 전주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었던 울산시의 고심도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단기적인 시황 악화, 투자 비용 증가 등으로 착수가 조금 늦어지는 환경이라도 진출하면 생존뿐 아니라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 글로벌 기업 모두 화학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화학은 대체 불가능한 시장”이라며 “SK지오센트릭의 고기능·리사이클링이라는 사업 전략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