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원구성 시한을 넘긴 채 여야간 극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울산 여야의원들도 각각 원내 지도부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면서 개별 의견은 사실상 전무하다. 여야 원내 사령탑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이른바 ‘묵시적 당론’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류는 울산 의원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공개적으로 딴지를 걸면 시쳇말로 ‘정치적 이단아’로 전락하게 되고, 음양으로 언젠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22대 국회에선 ‘재래식 정치문화’에서 탈피, 선진 국회상을 기대하고 있다. 국회는 개별 헌법기관이란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는 만큼, 울산을 초월해 공격적인 의정활동을 기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2대 국회 지역의원들의 ‘변화와 희망’ 의정활동 3대 키워드를 차례로 진단한다.
4·10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지난 연말. 국민의힘 지역 출신 A예비후보는 여권 내부에서 공천 불이익설이 파다했다.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소위 여권 일각에 ‘찍혔다’라는 가짜뉴스도 나돌았다. 본보 취재진이 다각적인 채널을 가동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정활동 기간에 공개적 당론은 아닐지라도 ‘묵시적 당론’에 잘 따르지 않았다는 ‘괘씸죄’가 적용됐다. 하지만 당사자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정치적 내공을 쌓은 결과, 경선을 치른 뒤 기사회생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울산 정치권뿐만이 아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당 지도부에 찍히면 사실상 공천 티켓 확보에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회법 24조는 개별 국회의원에게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같은 법 제114조 2에선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그럼에도 22대 국회가 개원했는데도 여야 공히 변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의 B국회의원은 “개원 직후라 아직은 바른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구성에 영향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기류는 여야 의원 모두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 원구성과 관련된 의원별 소속 상임위원회 배치는 원내지도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원내지도부의 눈밖에 나면 희망 상임위 배치는커녕, 비주류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고정 관념이 팽배하다.
이를 두고 서울 여의도 K정치전문가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 위임과, 정당 정치 체제하에서 소속 정당의 정강과 정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정당기속 원칙이 충돌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22대 국회에서 울산지역 의원들은 정당별로 과연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 주목된다.
지역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당정치에서 당론을 대놓고 거부할 순 없지만, 상황에 따라선 개별 소신도 중요하다”면서 “초선은 물론 재선 이상 의원들도 당론이 잘못이라고 판단하면 눈치만 보는 거수기 노릇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4월 총선에서 거대 야당을 만들어 준 건 민의를 무시하고 독주를 하라는 의미가 아닐 것”이라며 “당론이 국민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거부할 수 있는 용기와 깨어있는 정신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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