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교육청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가 11일 울주군 상북면 상북초등학교에서 진행한 ‘마을 어르신 1일 상북초 학생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어르신은 수업을 들은 뒤 이 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에 열린 ‘전통 손 모내기 체험 행사’에서 “땡땡마을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는 대리마을 어르신들이 교복을 입고 실제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상북면 지내리 대리마을 이장의 요청에 따라 마련됐다.
행사에는 센터에서 한글 교육을 받는 대리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 13명이 참여했다.
이날 찾은 상북초 6학년 1반 교실. 상북초에서 제공한 교복을 입고 오전 9시에 등교한 어르신들은 앞서 1학년 교실에서 진행된 ‘신입생 입학 100일 기념식’에 참석한 뒤, 신조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마기꾼’ ‘상남자’ ‘돈쭐’ 등의 신조어가 칠판에 제시되자 이들은 학생들과 상의하며 뜻 맞추기에 도전했다. 정답을 맞혔을 경우 초콜릿이 수여됐다.
특히 ‘조삼모사’가 나오자 어르신들은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은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입을 모아 답했다. 하지만 ‘조금 모르면 3번, 많이 모르면 4번을 찍는 것’이라는 신조어인 것을 알게 된 뒤 어렵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영준 교사는 “신조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듣는 사람을 배려하는 언어 생활을 하며 서로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신조어를 사용해 보니 학생들과 같은 세대라는 느낌이 들고 친근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이들은 이후 한글 수업과 함께 학생들과 어울려 제기차기, 줄넘기 등을 했다. 또 학교 시설을 둘러보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서연수 할머니는 “직접 교복을 입고 수업을 들으니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 즐겁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정인근 할아버지 역시 “정말 감개무량하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같이 해보니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울산시교육청은 울주군 상북면에 있는 옛 궁근정초등학교 폐교를 활용해 울산 학생, 학부모, 시민들에게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지난 2020년부터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땡땡마을이라고 불리는 센터는 학교와 마을은 물론 주민과 마을을 이어주는 중간 거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해마다 학생과 주민 4만명 이상이 이용 중이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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