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2022년 12월에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며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제는 ‘꿀잼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화도시, 꿀잼도시의 근간이 되는 울산 문화예술계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가뜩이나 허약한 문화예술 분야 인력풀 및 인프라에 젊은 문화예술인들은 타시도로 빠져나가며 울산의 문화예술계는 자체 대회조차 치르기 힘든 실정이다. 암울해지고 있는 울산 문화예술의 현실에 대해 진단하고 문화도시, 꿀잼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물을 3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울산 문화예술 부문 예산 비중 1%대 불과
모두의 나라살림의 ‘243개 지자체 문화예술 부문 예산 현황 분석’에 따르면 올해 울산의 문화예술 부문 예산은 1029억2000만원으로 본예산(5조7807억5700만원)의 1.78%에 불과하다.
이는 5년 전인 지난 2019년(본예산 4조4573만1000만원, 문화예술 부문 예산 855억2100만원)에 비해 비중(1.92%→1.78%)이 0.14%p 줄어든 것으로, 본예산이 늘어난 것에 비해 문화예술 부문 예산이 적게 늘었다고 볼 수 있다. 광주(3%), 대구(2%) 등 타시도에 비해서도 문화예술 부문 예산의 비중이 낮다.
울산의 문화예술 부문 예산 비중은 구·군별로도 차이가 컸는데, 비중이 가장 높은 울주군(1.61%)과 동구(0.23%)의 격차는 7배에 달했다.
한 문화예술인은 “그동안 울산이 공업도시에서 산업도시로, 산업도시에서 산업수도로 성장하면서 문화예술 기반이 타시도에 비해 굉장히 취약한 실정이다. 울산시가 문화예술 부문 예산을 확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올해 울산시립예술단의 공연 예산(9억4600만원)은 코로나 사태 5년 전인 2019년(18억2770만원)보다 절반(48.2%) 가량 급감하면서 공연 횟수(64회→39회)가 대폭 줄었다.
대전시립예술단 관계자는 “6대 광역시 시립예술단의 운영현황을 보면 울산시립예술단은 예산 뿐만 아니라 모든게 하위권이다. 울산의 문화예술 수준이 올라가기 위해선 시립예술단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이고 전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문화예술인 투잡·쓰리잡 뛰어야
울산은 문화예술인들에게 있어 불모지로 인식되고 있다. 문화예술에만 전념해서는 생계를 보장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울산 문화예술인들이 투잡, 쓰리잡을 하며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에 울산 대표로 참가하는 극단 푸른가시의 배우들은 대학 교수, 시 낭송가, 방송 기자, 영어 강사, 축산업 종사자 등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졌다. 이에 직장을 마치고 저녁 시간을 쪼개 대한민국연극제 연습을 이어갔다.
울산예총과 울산민예총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문화예술인들도 아르바이트나 시간제 예술강사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아예 다른 직업을 가지고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울산의 문화예술인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잡’, ‘쓰리잡’을 뛰다보니 경연대회와 공모 등에 참가할 여력이 없다며 참가자가 갈수록 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울산에서 수십년째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다같이 모여 연습을 하려해도 각자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에 시간 맞추기가 굉장히 힘들다”며 “연극만 하고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슬픈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