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울산시의회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25일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울산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례안은 울산시의회가 지난해 9월 제정·공포한 ‘울산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안으로 당시 시의회는 ‘정치 현수막을 전용 게시대에 설치하고, 이를 위반하면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계도기간을 거쳐 개정 조례가 본격 시행된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로는 울산지역 곳곳에 정당 전용 게시대가 설치됐고, 거리마다 난립했던 정당 현수막은 사라졌다.
울산의 조례 제정과 시행은 인천에 이어 전국 두 번째였고, 이후 광주·서울·부산·대구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조례 개정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조례 개정 과정에서 상위법인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조례를 개정한 울산·광주·서울·부산·대구시의회 등을 상대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울산과 인천 등의 조례 개정 후 지난해 10월24일 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장이 모여 ‘정당 현수막에 대한 합리적인 게시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취지로 정부에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건의한 결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올해 1월부터 옥외광고물법 제8조(적용 배제)에 따라 정당 현수막은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소방시설 주변 주·정차 금지표시 구간에는 설치할 수 없지만, 읍·면·동별 2개 이내, 면적이 100㎢ 이상인 읍·면·동은 1개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됐다.
다만, 이는 ‘전용 게시대’나 ‘철거’ 등을 명시한 울산 등 일부 지자체 조례안보다는 훨씬 완화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지난해 조례 제정 이후 약 7억2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 120곳에 전용 게시대를 설치했고, 올해 47곳을 추가해 총 167곳을 마련할 예정이었지만, 관련 사업을 전면 백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대법원은 “조례안이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없는 전용 게시대 설치 의무를 신설한 것은 법령 우위의 원칙에 위배되고, 법률의 위임 근거도 없으므로 무효”라며 “개정법은 전국적으로 통일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정치 현수막을 규율하려는 취지라서, 법령 위임 없이 조례로 법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정한 것은 법령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울산시의회 관계자는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소상공인들의 가게 앞을 가렸던 정당 현수막이 사라지자 시민들이 환영했고, 각 정당도 호응도가 높았다”며 “정치 현수막 난립을 방지하는 규정이 없어 조례를 개정한 것인데, 그 취지가 대법원 판결로 무색해져 안타깝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례를 대표 발의했던 울산시의회 권순용 의원은 “시민이 쾌적한 환경을 보장받을 권리를 지키고자 조례를 만들었는데, 지방자치와 자치입법권 차원에서 판결에 아쉬운 점이 있다”며 “현행 옥외광고물법을 고려, 보행 안전을 확보하며 정당별 정책이나 현안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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