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땅꺼짐(싱크홀) 현상이 잇따르면서 울산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깊이 2.5m 싱크홀이 발생한데 이어 부산 사상구에는 올해 4월부터 현재까지 6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했다.
울산도 싱크홀 안전지대는 아니다.
23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 자체 지반탐사에서 발견된 동공(도로하부에 발생한 빈 공간)을 포함해 관내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지난 2020년 4건, 2021년 2건, 2022년 1건, 지난해 4건이다. 올해도 23일 기준 3건이 발생했다.
14건 중 6건은 인구 밀집 지역인 남구에서 발생했다. 북구·울주군에서 각각 3건, 중·동구에서 각각 1건이다.
도로 하부에 동공이 생기고 도로 표층이 무너져 발생하는 싱크홀 현상을 포함, 지반이 서서히 내려앉는 지반 침하로 발생한 사고는 울산에서 지난 2020년부터 4년 간 총 10건이 발생했다.
시에 따르면 울산에서 발생한 싱크홀과 지반 침하의 주 원인은 상·하수관 노후·파손과 우수로 인한 토사 유실이다. 시 관계자는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지중으로 매설하는 상·하수관이 많아지게 된다”며 “상·하수관 노후, 파손 등으로 누수가 생겨 흘러나온 물과 함께 토사가 유실되면서 지하동공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울산의 하수배관 절반 이상이 노후된 상태라는 점이다. 환경부의 ‘2022 하수도통계’ 자료에 따르면 울산 전체 지하 하수배관 총 연장은 약 4726㎞다. 이 가운데 지난 1996년 이전에 매설된 배관은 약 2098㎞다.
올해를 기준으로 매설한지 20년이 지난 배관은 총 2484㎞다. 전체의 약 52% 가량이 노후 배관인 셈이다.
비가 내려 도로 보조기층제가 유실되며 지반 침하가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도로 포장 균열부 및 빈틈으로 빗물이 들어가 하부 토사를 유실시켜 지하동공이 발생하는 구조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울산에서 발생한 14건의 싱크홀 중 8건이 노후 하수관에 의한 토사 유실이었으며, 5건이 우수에 의한 보조기층제 유실이었다. 1건은 우수관로 파손에 따른 우수 유출로 발생했다.
싱크홀 등 지반 침하 예방을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 지반 침하 예방대책을 만들고 국토안전관리원을 통해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장비를 활용한 전국 지반 안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지하안전 관리 자체 장비·인력이 있는 서울·부산을 제외하면 전국 15개 시·도는 국토안전관리원에 의뢰를 맡겨야 하는데, 문제는 관리원이 보유·운용하는 지반탐사 장비는 8대, 인력은 1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가 관리원을 통해 받은 지반 침하 안전점검은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15곳, 연장 53㎞에 불과하다. ‘2023 국토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동공 6개가 발견되고 13곳의 지반표층 침하가 탐지됐지만, 지난해는 아예 관리원을 통해 점검을 받지 않았다.
대신 시는 매년 1억원가량의 지반탐사 용역을 발주해 도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1년에 연장 6~7㎞만 점검이 가능해 전체 도로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국토부는 싱크홀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13일 국토안전관리원 등 관계 기관 협의를 통해 지하안전 관리 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향후 2년간 고속국도·일반국도의 경우 지하시설물 매립 구간, 하천 인접 구간 등 위험 구간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노후 하수관로 주변, 상습 침수지역 등 지반침하 고위험 지역을 설정해 점검 주기 단축과 공동 신속 복구 등 중점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부는 개선 방안의 구체적 이행전략 수립을 위해 연말까지 관계부처·지자체·유관기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TF를 운영할 계획이다. TF에서 수렴된 각계 의견을 반영해 ‘제2차 국가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2025~2029)’을 수립한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