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되면 태화강 삼호대숲에는 반가운 손님들이 넘쳐난다. 파란 하늘을 까맣게 물들이며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까마귀들은 날이 추워지는 10월 중순부터 울산으로 모여들어 이듬해 3월까지 삼호대숲에서 겨울을 보낸다. 민족의 전통 명절의 하나인 정월대보름이 지난 지도 며칠 됐다. 대보름 까마귀와 연관된 버섯이야기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소지왕 때 까마귀와 약밥의 유래가 소개되어 있고, 500년 전 조선시대 성현(1439~1504)의 용재총화에는 약밥의 재료에 대한 언급도 있다. “…소지왕은 까마귀의 은혜를 생각하여 해마다 이날에는 약밥을 만들어 까마귀를 먹였는데, 지금까지도 대보름의 대표적 음식으로 삼고 있다. 그 만드는 법은 찹쌀을 쪄서 밥을 짓고, 곶감·밤·대추·고사리·오족용(烏足茸)을 가늘게 썰어서 맑은 꿀과 맑은 장(醬)을 섞어 다시 찐 다음 잣과 호도를 넣어 만드는데, 그 맛이 매우 좋아 이를 약밥이라 한다.” 하였으니 당시에는 약밥의 재료로 오족용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에는 여러 지역의 공물로 조족용(鳥足茸)이 언급되어 있다. 지금도 오(烏)와 조(鳥)를 혼용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 만큼 여기서 오족용/조족용은 싸리버섯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말이 일본이나 중국에서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우리 고유의 한자 용어인 듯하다.

이렇게 자주 언급되던 오족용·조족용이 조선 후기의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은 까마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양반사회에서 경원 시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민간에서 싸리버섯(사진)은 가을을 대표하는 버섯 중 하나로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싸리버섯은 나팔버섯목 나팔버섯과 싸리버섯속에 속하는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중국·유럽·북아메리카·오스트레일리아 등에 분포하는 세계적인 버섯으로 약 200종이 알려져 있다. 현재 2023년 국가생물종목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싸리버섯, 노랑싸리버섯, 붉은싸리버섯 등 총 16종이 알려져 있다.
흔히 싸리버섯을 일일이 구분하지 않고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데, 색깔이 선명할 때 따서 말렸다가 먹는다. 씹는 촉감이 좋으며 향이 짙고 맛이 담백하여 각종 요리에 사용되며 국·구이·나물·찜 등으로 먹는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싸리버섯은 반드시 데쳐서 우려내어야 한다는 점이다.
까마귀와 더불어 싸리버섯 이야기가 우리나라 겨울 생태 이야기에 더해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