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0일, 울산 온산읍의 유류 저장탱크에서 또 한 번의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11시 15분경, 시료 채취 작업이 진행되던 탱크 상부에서 갑작스러운 폭발이 일어나 작업자 한 명이 목숨을 잃고, 또 다른 작업자는 중상을 입었다. 고도의 안전 관리가 요구되는 산업 현장에서, 이번 사고는 단순한 불행이 아니라 우리가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더한다.
폭발의 원인은 무엇인가. 현재까지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원인은 정전기에 의한 점화 가능성이 가장 크다. 유류 저장탱크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탱크와 채취 도구 사이의 마찰로 인해 정전기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전기 방지 조치가 미흡했거나 방폭(防爆) 인증을 받지 않은 도구가 사용되었을 경우, 작은 불꽃 하나가 치명적인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함께, 유증기 관리의 미흡도 사고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유류 저장탱크 내부는 가연성 유증기가 상층부에 떠 있는 구조다. 따라서 작업 전에 충분한 환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유증기 농도가 허용 기준 이상으로 높아진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증기 농도 측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작업 허가 절차가 준수되었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더욱이, 시료 채취 작업 자체가 고위험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전 위험성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조차 불확실하다. 정전기 제거 장치가 적용되었는지, 작업자들이 적절한 방폭 보호구를 착용했는지, 그리고 작업 구역 내 화기와 스파크 발생 가능성이 충분히 차단되었는지 여부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단순한 안전 지침을 넘어, 실질적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모든 유류 저장탱크 작업에는 정전기 제거 시스템을 철저히 적용해야 한다. 단순한 작업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접지(Grounding & Bonding) 조치를 취하고, 정전기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작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방폭 인증을 받은 도구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비방폭성 금속 재질의 채취봉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둘째, 유증기 관리 시스템(질소 블랭켓팅)을 보다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 작업 전 유증기 농도를 측정하고, 농도가 허용 기준을 초과하면 절대 작업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 또한, 강제 환기 시스템을 도입해 유증기가 저장탱크 내부에 축적되는 것을 방지하고, 온도와 압력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센서를 활용해 위험 신호를 즉각 감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시료 채취 작업을 ‘고위험 작업’으로 분류하고, 이에 맞는 안전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사전 승인 절차를 철저히 시행하고, 작업자는 반드시 방폭 보호구를 착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2인 1조 작업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 비상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비상 대응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폭발 사고는 발생 후 몇 초 내에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한다. 따라서 사고 발생 즉시 자동으로 작동하는 화재 진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작업자와 관리자들이 실질적인 대피 훈련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안전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안전은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정전기 제거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방폭 도구를 사용하는 작은 변화에서, 유증기 농도를 점검하는 기본적인 절차 준수에서부터 안전은 만들어진다.
더 이상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 현장의 안전 의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작업 전 한 번 더 점검하고, 정전기를 제거하며,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 곧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이제는 산업 현장의 모든 관계자가 이 원칙을 가슴 깊이 새길 때다.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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