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가장 큰 환경문제는 온난화기체로 인한 기후변화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새로이 떠오르는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가 있다. 바로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플라스틱 제품과 환경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로부터 발생하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보잘것 없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다. 플라스틱도 온난화기체를 만들어내는 화석연료로부터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자연에 있는 물질을 대신할 수 있는, 인간이 만든 위대한 창조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위협적인 부메랑이 되어 인류에게 되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미처 이를 모르고, 플라스틱의 내구성과 다용성, 그리고 저렴한 생산 비용으로 온갖 것들을 마구 만들어 쓰고 있었다.
플라스틱은 썩어서 분해되는 기간이 매우 길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며 바람, 파도, 햇빛 등의 외부 요인으로 조각나지만, 아무리 작게 쪼개져도 원래의 성질은 변함이 없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5㎜ 이하인 조각을 미세플라스틱으로 간주한다. 연구자별 보고서에서, 0.5㎜(500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를 미세플라스틱이라고도 한다. 이보다 작은 초미세 플라스틱은 나노미터 단위로 표시된다. 50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플라스틱은 인간 세포보다 작기 때문에 혈액 속을 흐르면서 각종 세포 속으로 스며 들어간다. 각종 장기뿐만 아니라, 뇌 조직에까지 스며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더욱이 몸속으로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은 잘 배출되지 않고 계속 쌓이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작년 말 뉴멕시코 연구진은 인간 시신 해부 실험을 통해 거의 모든 장기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을 확인한 바 있다. 특히 치매 환자의 뇌 속에서 정상인보다 6배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하였다. 놀랍게도 그 양이 뇌 조직의 0.5%에 이르는 양이었다고 한다.
부경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을 쥐에게 29주간 섭취시킨 실험을 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은 생식기능 저하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중국 유명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중에, 관상 동맥 및 뇌동맥에서 채취한 혈전 중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질량, 농도 및 물리적 특성 등을 정량화한 데이터를 발표하였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물고기, 조개, 플랑크톤 등의 해양생물들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면서 소화기관에 축적되어 이들의 성장과 생존에 나쁜 영향을 준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의 번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해양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200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흙에서 키운 완두콩 식물 실험에서, 콩 뿌리를 통해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이 줄기를 타고 완두콩 열매 속까지 스며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였다. 더욱이 이 콩을 다시 재배하였더니 콩 속 미세플라스틱이 대를 이어 전달됨을 확인한 바 있다.
이렇듯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전 세계적인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매년 수백만t의 플라스틱이 생산되는데,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10%에 지나지 않아 수백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북태평양에는 한반도 크기의 6배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은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미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고, 일부 국가에서는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법적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미세 섬유 플라스틱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판매되는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의무적으로 달게 하고 있다.
우리도 미세플라스틱의 포함이 의심되는 모든 제품의 사용을 피하고,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 또한 정부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교육과 더불어,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과 홍보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허황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