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겨울이 너무도 추웠던 탓인지 유난히 반가운 3월이다. 작년과 올해의 2월 최저기온을 비교해 보면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일수가 작년에 4일인 데 반해 올해는 23일이나 되었다. 2월 강수량도 작년에 105.1㎜였는데 올해는 5.2㎜밖에 되지 않아 매우 가물었고, 3월 들어 사흘간 온 비는 그야말로 마른 땅을 적시는 단비, 고마운 봄비다.
과거 먹을 것이 귀하여 기나긴 겨울을 지내면서 기다리던 봄비는 그야말로 간절히 바라던 손님이었다. 봄나물 찾아 산과 들을 헤매던 시절 먹을 것에 대한 간절함은 오죽했겠는가? 그런데 우리 속담에는 ‘못 먹는 버섯은 3월부터 난다’는 말이 있다. 이러할 때 못 먹는 버섯은 너무도 미웠을 것이다.이 말은 ‘3월이 되어야 비로소 버섯이 나오는데 이때의 것은 먹지 못한다’는 의미로 매우 큰 실망과 아쉬움을 내포한 말이다.
도대체 3월에 나는 못 먹는 버섯이 무엇이길래 이런 속담이 생겨난 것일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3월은 음력으로 늦봄을 뜻하는 달이므로 양력으로는 4월 초순~중순이 된다. 여기서 먹지 못하는 버섯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버섯일까? 조직이 강인하고 질겨서 먹기 어려운 구멍장이버섯류들은 겨울에도 나무 위에 붙어 있는데 구름송편버섯, 갈색꽃구름버섯, 조개껍질버섯, 도장버섯이 대표적이다. 또 먹는 버섯으로는 느타리, 팽이, 목이버섯이 있는데, 늦가을부터 이른 봄에 걸쳐 따스한 날에 비가 내리면 나무에 돋는 것으로 이들은 좋은 먹거리가 된다.

봄에 썩은 나무에서 새로이 돋아나는 버섯으로는 갈색먹물버섯과 노란개암버섯(사진)이 있고, 땅에서 돋는 버섯으로는 회갈색눈물버섯과 큰눈물버섯이 있다. 갈색먹물버섯은 어릴 때는 식용할 수 있지만 크기가 작고 금세 녹아내려 먹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고 회갈색눈물버섯과 큰눈물버섯은 식용할 수 있지만 그리 선호되는 버섯은 아니다. 따라서 봄에 나는 못 먹는 버섯은 아마도 노란개암버섯을 지칭하는 듯하다.
노란개암버섯은 노란다발이라고도 하는데 봄부터 늦가을까지 활엽수, 침엽수 고목에 다발로 나는 노란색 버섯으로 ‘나무에 나는 버섯은 안전하다’는 속설을 뒤집는 대표적인 독버섯이다. 독성분으로 파시쿨산, 파시쿨롤, 네마톨린이 알려져 있고 식후 수십 분~3시간 만에 복통, 구토, 오한, 설사 등을 일으키고 심하면 탈수, 산혈증, 경련, 쇼크 등을 일으킨다.
식용버섯인 야생 팽이버섯이나 개암버섯과 모양이 흡사하고 발생 장소가 같으므로 중독사고가 자주 일어나지만, 맛이 써서 사망사고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 이를 통하여 우리 선조들은 버섯에 대한 지식이 매우 풍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