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18년 만에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개혁된다. 저출산과 고령화 속에서 연금 고갈 시점이 점차 다가오는 위기감 속에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안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이번 개혁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정부와 정치권이 18년을 허송세월 해놓고도, 국민연금 소진 시기를 겨우 9년 늦추는 결과만 냈을 뿐이다. 추가적인 국민연금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안게 됐다.
여야는 20일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및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군 복무·출산 크레딧 확대 등 모수개혁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했다.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현재 9%에서 13%로 상향 조정된다. 내년부터 해마다 0.5% p씩 8년간 인상된다. 보험료율이 오르는 것은 28년이다. ‘받는 돈’을 정하는 소득대체율은 올해 소득의 41.5% 수준에서 내년부터 43%로 상승한다.
이번 연금개혁으로 국민연금 적자 전환 시점은 종전 2041년에서 2048년으로 7년, 기금 소진 시점은 종전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이 각각 늦춰지게 됐다. 이번 개혁으로도 기금 소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에 따라 시한부 기한이 정해진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계를 더 늦추려면 보험료율도 더 올려야 할 판이다.
역대 정부가 정치적 부담 등을 이유로 국민연금 개혁을 외면한 결과, 국민연금의 부실화와 미래 세대에 부담만 더 지우는 꼴이 되고 만 모양새다.
‘노후 생활 안전판’인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40대 이하 연령 10명 중 3명은 국민연금 제도 폐지를 원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개혁안이 미래 세대에 더 큰 짐을 지우는 안이라고 생각해서다.
여기에 국내외 투자 손실과 잘못된 투자 결정, 글로벌 국부펀드 대비 부진한 수익률 등도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다. 최근에도 MBK 파트너스의 기습적인 홈플러스 기업 회생절차로 국민연금이 빌려준 9000억원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오랜 진통 끝에 개혁안을 도출한 만큼 향후 예상되는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더욱 완성도 높은 연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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