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는 단순한 미래의 우려가 아니라, 현재 우리 도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되었다. 폭염, 홍수, 미세먼지, 해수면 상승 등은 도시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가 과연 미래에도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필자는 애널리 뉴위츠(Annalee Newitz)의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를 읽으며 과거 번성했던 도시들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왜 몰락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차탈회윅, 폼페이, 앙코르, 카호키아 같은 해외 도시들은 한때 번영했지만, 결국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교훈이 오늘날 우리 도시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에 대비하지 않으면 현대 도시 역시 과거 도시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 답이 제로에너지 건축(ZEB·Zero Energy Building)과 지속 가능한 도시 설계에 있다고 확신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도시 정책과 건축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첫 째, 기후변화에 강한 도시를 위한 제로에너지 건축의 의무화이다.
과거 도시들이 몰락한 이유 중 하나는 자연환경 변화에 대한 무관심과 적응 실패였다. 이는 오늘날의 도시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현재 도시는 과도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방식이 지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와 이를 위한 세제 혜택 및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리모델링 지원을 확대해 탄소중립 건축으로 전환 촉진을 제안한다. 이어 패시브 디자인(Passive Design)을 적용하여 자연 채광과 자연 환기 시스템을 활용하고 에너지 절약형 설비(지열 히트펌프, 열 회수 환기 시스템 등)를 표준화해야 한다.
두 번째는 에너지 자립형 도시 구축 및 신재생 에너지 확대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과거 도시들이 에너지원 부족으로 인해 붕괴했다는 사실이었다. 앙코르는 수도 시스템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붕괴했고, 카호키아는 벌목과 농업 확대로 인한 환경 변화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면서 쇠퇴했다.
이를 위해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태양광, 풍력, 지열 등)를 확장하고,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시스템을 도입하여 도시 내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제안한다. 이어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를 도입해 전력 자립도를 높이고, 에너지 자립 마을 및 스마트시티를 구축해 도시 내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도시는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지속 가능한 도시 설계를 위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 도시들은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사라졌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는 도시 설계를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심 내 녹지 비율을 확대하고, 옥상녹화, 벽면녹화 등으로 열섬 효과를 완화하는 것을 제안한다. 또 기후변화 대응형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고, 친환경 대중교통(전기·수소 버스, 자전거 도로 등)을 확대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과거 도시는 환경 변화와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몰락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과 정책을 가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의 선택과 실천이다. 미래 도시의 운명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필자는 어린 시절, 눈부시게 맑았던 하늘과 푸른 들판, 맑은 공기를 떠올려본다. 그때의 기억들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우리는 그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진혁 울산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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