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왔다. 이집트 카이로 남쪽 250㎞ 지점에 있는 한 석회석 무덤 뒷벽에서는 기원전 1950년경 길들여진 고양이 그림이 최초로 발견됐다. 유전자분석에서는 8000년 전 이집트인들이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키웠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라는 책에서는 한반도에 고양이를 전한 인물을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로 추정하고 있다. 9세기 장보고 선단의 전방위적 해상무역을 통해 중국의 고양이가 신라와 일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후 고양이에 대한 다양한 기록이 우리 역사에 남아 있다. 최초의 기록은 고려시대 김부식이 남긴 ‘아계부’라는 시다. ‘가닥가닥 털이 파랗고/동글동글 눈은 푸르며/모습은 범 새끼 같으며/울음은 사슴을 겁준다’ 등 고양이의 모습을 묘사했다.
조선시대 효종의 셋째 딸이었던 숙명공주는 고양이를 좋아하기로 유명했다. 효종은 시집을 간 숙명공주가 시댁에 정성을 다하지 않고, 본인이 감기에 걸렸음에도 고양이만을 돌보자 편지로 꾸짖을 정도였다.
조선시대 왕 중에서도 길고양이를 들인 이가 있었다. 숙명공주의 조카 숙종은 굶어 죽어가는 노란색 고양이에게 금덕(金德)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는 궁 사람에게 돌보게 했다.
하지만 최근에 고양이는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있다. 그 대상은 도심에서 생활하는 길고양이인데 주요 원인은 사람들이 주는 먹이다.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길고양이가 사냥할 만한 야생동물이 부족해졌다. 하지만 자신만의 공간을 철저히 구분하는 영역 동물은 길고양이는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먹기 시작했다.
동물보호단체와 이른바 ‘캣맘’ 등은 동물 보호 필요성을 이유로 적절히 먹이를 제공해 돌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주민들은 배설물의 냄새, 발정 및 영역 다툼에 따른 소음 등의 이유로 생활 환경의 질 저하된다며 먹이 제공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오랜기간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전국적으로 고소, 폭행, 학대 등 법적 공방으로까지 갈등이 번지고 있다. 동구에서도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고양이 집을 철거했다는 이유로 캣맘에게 재물손괴죄로 고소당했고 동구 대왕암공원 내 길고양이가 죽거나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길고양이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행정의 테두리 안에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선진국은 혜택을 제공하면서 책임을 동시에 요구한다. 일본의 지자체는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지원하지만 지침에 따르지 않고 먹이를 줄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 미국과 싱가포르 등은 캣맘 등록제를 통해 돌봄 방식을 표준화하고, 준수사항 등을 필수적으로 지키도록 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동구의회에서 ‘길고양이 관리 및 주민불편해소 방안 마련을 위한 의견 청취 간담회’를 가졌다. 캣맘 등 길고양이 돌봄 찬성 주민과 길고양이로 불편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사정과 의견을 모두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길고양이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현재 동구의 길고양이 정책은 중성화 수술비 지원사업(TNR)뿐이다.
고양이는 과거 농경사회에서 곡식을 갉아 먹는 쥐와 같은 설치류를 처리하며 이로운 동물로 여겨졌다. 설치류가 옮기는 각종 전염병을 막는 건 덤이었다. 그 역할이 축소되었다고 해서 고양이와의 공존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길고양이가 도시화된 환경에서 살아가게 만든 우리 사회는 길고양이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할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지킬 수 있는 현명한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한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수영 울산 동구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