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울산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새벽 공기를 가르며 타일 절단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뿌연 먼지 사이로 작업복을 입은 젊은 기술자들이 분주히 오간다. 한 때 ‘막노동’이라며 외면받던 건설현장이지만, 요즘은 젊은 청년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본보는 지역 타일 시공업체 ‘아토타일’을 찾아, 청년들이 건설현장을 택한 이유를 들어봤다.
아토타일에서 일하는 20~30대 청년 상당수는 과거 사무직이나 서비스직에서 일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황과 고용 불안정을 겪으며,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일’ 대신 내 손에 남을 기술을 선택했다. 불확실한 월급보다 힘들어도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손에 쥘 수 있는 직업, 이들이 현장을 택한 이유다. 일부는 주말마다 기능사 학원에 다니며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건설현장을 찾는 청년층 증가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울산의 15~29세 청년 실업률은 7.7%로 전국 평균(2.8%)의 두 배 이상이다. 울산의 단순노무직 취업자 수는 2023년 말 6만8000명에서 올해 2월 7만2000명으로 1년 2개월 만에 5.9% 증가했다. 불안한 고용시장 속에서 생계와 자립을 위해 청년들이 공사장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에게 타일 시공은 단순한 육체노동이 아니다. 하루 종일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 타일을 붙이는 고된 작업 속에서도, 완성된 공간을 바라볼 때마다 ‘내 손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뿌듯함이 든다고 입모은다.
8년째 타일 시공을 하고 있는 손도성(37)씨는 “고객이 만족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따라오는 성취감과 어려운 작업을 해냈을 때 느끼는 자부심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며 웃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이들이 처음 현장에 발을 들였을 때, 주변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부모님은 ‘힘든 일, 고생한다’며 안타까워했고, 친구들 중 일부는 ‘노가다꾼이냐’ ‘인생 밑바닥 일 아니냐’는 등의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들이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이들은 손기술로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묵묵히 현장을 지켜왔다.
손씨는 무엇보다 현장 기술이 눈에 보이는 외형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실까지 책임지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고객들은 완성된 외관만 보지만, 결국 하자 없는 시공이 더 중요하다”며 “아직도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소홀히 하거나 다음 공정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흐름은 비단 울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7년 상반기 47만명 수준이던 전국 청년층 단순노무직 취업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 60만명에 육박했다. ‘노가다’에 사람을 뜻하는 ‘er’을 붙여 만든 신조어 ‘노가더’가 등장할 만큼, 건설현장은 새로운 청년 노동의 무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이 반드시 밝은 미래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긴 노동시간, 낮은 안전망,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청년들의 손끝에 쥐어진 오늘의 기술이 생계 그 이상의 길로 이어질 수 있을지, 현장은 오늘도 그 질문을 품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청년층이 기피하지 않는 산업 환경 조성과 함께, 체계적인 기능인력 양성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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