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 오르는 자의 기쁨을
알 것 같다
뛰어내리는 자의 고뇌를
알 것도 같다
트램펄린을 뛰는 사람들
트램펄린을 뛰는 사람들
종아리를 걷은 맨발들이 보이고
총총 사라진 뒤
달빛이 해파리처럼 공중을 떠돈다
아무도 없는 공터에
트램펄린이 놓여 있고
속이 환히 비치는 슈퍼문이
떠 있다
고요 속에서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

지역에 따라 퐁퐁이라고도 하고 콩콩, 방방, 혹은 텀블링이라고도 하는 트램펄린은 한때 놀 거리가 별로 없던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놀이기구였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맨발로 트램펄린에 오른 아이들은 트램펄린 위에서 여러가지 자세로 방방 뛰어오르거나 누가 높게 뛰나 시합을 하거나 재주 있는 애들은 공중제비를 돌기도 했다.
트램펄린에서 튀어 오르면 곧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 탄성으로 다시 튀어 오른다.
트램펄린은 삶이 그런 것처럼, 오르고 내림, 상승과 하강의 반복을 경험하게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좌우로 흔들리는 시계추나 튀어 오르고 내리는 트램펄린처럼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를 오가는 일.
그러므로 한밤에 트램펄린을 탄다는 것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밤의 고요 속에서 삶을 돌아보는 일이겠다. 자신의 내면과 대면하는 일이겠다. 더구나 트램펄린을 타던 이들도 모두 떠나고 부유하는 달빛 속에 홀로 앉아 있을 때, 삶은 문득 ‘속이 환히 비치는 슈퍼문’처럼 투명하고 명징해 보일 것이다. 그것이 비록 트램펄린을 오르내릴 때처럼 찰나일지라도.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