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첨병, 울산문화예술인]“울산에 연극 예술인 육성할 교육기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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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첨병, 울산문화예술인]“울산에 연극 예술인 육성할 교육기관 필요”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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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민수 배우는 42년째 전업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울산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두 차례 수상하는 등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전업으로 연극배우를 오랫동안 한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연극 관련 극단 및 인력 풀(Pool), 소공연장, 창작 콘텐츠 등 인프라가 부산, 대구 등에 비해 더 열악한 울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극단 무(無) 소속의 전민수(60) 배우는 울산에서만 16년째, 타 지역에서 배우생활 등 전업배우로 40년 넘게 활동하며 평생 연극인의 길을 걷고 있다.



◇울산연극제 두 차례 최우수연기상

지난 3일 울산 중구 성남동 문화의거리 내 위치한 극단 푸른가시 연습실에서 만난 전민수 배우는 배우라기보다는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로 42년째 활동을 해오고 있는 베테랑 연극배우다.

그는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제28회 울산연극제’에서 극단 푸른가시의 ‘바람이 머문 자리’에 남자주인공 역으로 출연해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다. 2023년 ‘제26회 울산연극제’에서 작품 ‘간절곶-아린기억’으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뒤 2년만에 다시 받은 것이다. 그는 당시 제주에서 열린 전국연극제에서 같은 작품으로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극단 무(無) 소속의 전 배우는 극단 푸른가시의 작품에 출연했을 때 두 차례 모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특이한 이력을 보유하게 됐다. 전 배우는 “극단이 다르더라도 출연 요청이 올 경우 스케줄이 가능하면 출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람이 머문 자리’는 울산공업단지 건설로 인해 선대로부터 이어온 가업과 절연해야 하는 힘든 선택으로 속앓이하는 옛 울산염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전씨는 작품에서 염전을 지키려는 장인(匠人)의 모습과 ‘옹고집’ 같은 인물로 나온다.

그는 “제가 잘 해서가 아니라 작품, 또 주인공의 무게가 다른 작품들 보다 돋보여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닌가 본다”고 수상 소감을 작품으로 공을 돌린 뒤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비슷한 인물을 찾아보고 보편성을 바탕으로 내가 어떤 캐릭터를 만들 지 생각한 뒤 하루 5시간 이상을 투자해 (극 중)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업배우여서 그는 연극제가 끝난 요즘은 부인과 함께 국내 근교 여행을 다니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작품활동이 없을 때는 여행을 주로 다닌다. 어제(2일)는 아내랑 포항에 갔었고, 주말에는 거제도에 바람을 쐴 겸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후배들에 성실한 배우로 남고파”

부산에서 태어난 전민수 배우는 원래 연극배우가 아닌 운동선수가 되고자 했다.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초등학교 때는 엘리트 육상 및 축구선수로 활동했고, 중학교 때는 수영, 고등학교때는 사격 및 기계체조까지 다양한 운동을 했다. 대학교도 자연스레 체육교육과를 지원했으나 떨어졌고, 본인의 뜻과는 다르게 전기공학과를 가게 됐다.

전씨는 체육인의 꿈을 키우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인 1983년에 우연히 부산에 있던 극단 레파토리시스템에 스태프로 참여하게 됐고, 이것이 평생 연극인의 길을 걷게 되는 시발점이 됐다. 그해 부산에서 제1회 대한민국 전국연극제가 개최됐는데, 극단의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연극의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연극판에 뛰어든 것이다. 이듬해인 1984년에 광주에서 열린 제2회 전국연극제에서는 배우로 참여하며 본격적인 연극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스타 배우도 아닌, 무명배우, 특히 지역에서 전업 연극배우의 길은 쉽지 않다. 전씨는 “1990년대 초 결혼하고 나서 아이가 생겼을 때 기저귀 살 돈이 없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며 “당시 교회 교인 등이 십시일반 도와줘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다”고 회상했다.

부산에서 계속 연극배우 생활을 하던 전씨는 2010년 5월에 자녀 학업 등의 이유로 울산에 오게 됐다. 울산에 처음 왔을 때는 극단 ‘물의 진화’에 입단했으나 얼마 뒤 극단 무로 옮기며 지금까지 줄곧 극단 무 소속으로 배우 활동중이다. 지금까지 성인극 100여 편과 아동극 80여 편 등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연극배우의 매력에 대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볼 수 있는 점”이라고 한 뒤 “제 연기에 관객들께서 희로애락 등 공감을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의 연극 저변 확대와 활성화를 위해 연극 예술인 육성을 위한 예술교육센터나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면서 “배우로서 후배들에게 성실한 배우로 남고 싶으며, 개인적으로는 전국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꼭 한 번 받아보고 싶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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