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찾은 울산 울주군 삼동면 퇴비처리시설. 비닐에 덮인 퇴비 더미가 높이 쌓여 있고, 그 주변에는 축축한 톱밥이 흩어져 있다. 진입로부터 코끝을 찌르는 악취가 따라붙는다. 내부에선 직원이 퇴비를 트럭에 쌓아 이동하고 있다. 이곳은 울산에서 발생한 소 등 가축물의 퇴비를 처리하는 유일한 시설이다.
울산축산농협에 따르면, 울산 내 한우 사육 마릿수는 약 3만7000두로, 한 마리당 하루 평균 17㎏의 고형 퇴비가 나온다. 울산에서만 하루에 약 400t 수준의 퇴비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는 경남권에서 합천 다음으로 많은 양이다.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처리할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퇴비는 쉽게 썩지 않기 때문에 우기가 되면 더욱 쌓여가고, 농장주는 물론 인근 주민들도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결국 울산 농가들은 일부 퇴비를 경주나 포항 등 타 지역으로 반출해야만 한다. 1회 운송에 드는 비용만 30만~40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울산 내 유일한 고형 퇴비 처리시설인 삼동 퇴비장이 오는 2027년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해당 부지가 ‘울산 알프스 관광단지’ 조성 예정지에 포함돼 있어 향후 관광지 개발 시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로운 퇴비장 건립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설치의 가장 큰 난관으로 ‘부지 선정’이 꼽히고 있다. 퇴비장은 악취 등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한 대표적인 ‘님비’(NIMBY)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울주군에서도 과거 퇴비장 설치를 추진했다가 주민 반발로 무산된 사례가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삼동 퇴비장은 관광단지 개발 부지에 포함돼 있고, 사업이 본격화되면 철거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사업 일정이 아직 유동적이라 정확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 차원의 퇴비장 설치 계획은 없고, 전국적으로도 대부분 축협이나 농협이 주체가 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다른 지자체는 공공 차원에서 퇴비장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례도 있다. 경기도 여주, 전남 해남 등은 공공이 부지를 조성하고, 운영은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퇴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여주시는 축산농가 악취 저감을 위해 가축분뇨 자원화시설을 운영 중이고, 해남군도 톱밥과 고형 분뇨를 혼합해 부숙 퇴비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윤주보 울산축산농협 조합장은 “고형 퇴비 처리 대책 없이 관광단지만 짓는다면 축산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울산도 현대화 퇴비 처리 시설이 필요하다. 타 지자체처럼 공공이 기반만 마련해준다면, 축협에서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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