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4일 파면을 결정하였다.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언론에서는 재판관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서, 의견이 몇 대 몇으로 갈릴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막상 선고를 보니 전부 쓸데없는 기사였고, 헌법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로 파면이 결정되었다. 그만큼 윤 대통령 탄핵사건의 경우, 법률가의 시각으로 보면, 탄핵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논리나 명분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필자는 1982년에 대학교에 들어가서 헌법을 처음 공부하였고, 그 후 1987년 현행 헌법이 시행된 후에도 고시공부를 계속하였기 때문에, 1987년 헌법도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당시만 하여도, 헌법재판소 관련 부분은 헌법소원의 절차 정도만 공부하면 되는 파트였고,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그 이전의 헌법에서도 헌법위원회 혹은 헌법재판소라는 이름으로 헌법 재판 기관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헌법 관련 재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1987년 헌법에서도 헌법재판소는 그냥 설치만 되어 있는 유명무실한 기관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1987년 이후에 나타난 양상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는 위헌법률제청이나 헌법소원이 줄을 이었고, 헌법재판소도 그동안 간통죄의 위헌 결정 등 무수히 많은 법률에 대하여 거침없이 위헌결정을 하였다. 거기에다가 행정수도 이전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도 하였고,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도 하였으며, 나아가서, 최고의 권력기관인 대통령에 대하여서도 3번씩이나 탄핵심판을 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하여서는 탄핵을 기각하였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하여서는 탄핵을 인용하였고, 이번에 또 다시 윤 대통령에 대하여 탄핵을 인용하여서 파면 결정을 한 것이다.
아무래도 1987년 헌법 아래 가장 크게 발전한 헌법기관이 헌법재판소라고 하여도 될 것 같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던 쟁점은 사건 자체보다는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구성 문제, 즉 재판관 임명과 관련된 문제였다. 헌법재판관은 잘 아는 바와 같이, 대통령이 3명을 스스로 지명하여 임명하고, 대법원이 3명, 국회가 3명을 추천하여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시작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하고 임명한 재판관이 2명,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하고 윤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 2명, 윤 대통령이 지명하고 임명한 재판관 1명,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천하고 윤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 1명 등 6명의 재판관뿐이었다. 국회가 추천한 재판관 3명의 임기 만료 후, 국회에서 여야 대립으로 3명을 추천하지 못하여서 3명의 공석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탄핵심판이 시작된 후, 다수당인 민주당 주도로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재판관이 추천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을 거부하였다. 결국 최상묵 권한대행이 여당 몫, 야당 몫으로 2명을 임명하였지만, 마은혁 재판관은 끝까지 임명을 거부하였고, 그로 인하여 헌법재판소에서는 권한쟁의심판까지 있었다. 그 권한쟁의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불임명을 위헌이라고 결정하였음에도 권한대행은 끝내 임명을 거부하였다.
그리고 지난 4월18일 문형배 재판관(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6년의 임기를 다 채우고 퇴임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동안 임명을 거부하였던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는 대신, 퇴임한 2명의 후임자를 지명하였다. 국회의 청문절차를 거쳐서 자신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김정환 변호사 등이 정당하게 임명된 재판관으로부터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후보자지명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였고, 헌법재판소는 7명 재판관 전원일치로 이를 인용하였다.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다수 헌법학자의 의견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한덕수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는 중단되었다.
최근에 1987년 헌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있는데, 조만간 헌법이 개정된다면, 필자의 생각으로는 헌법재판관의 숫자를 지금의 9명보다 더 늘려 13~15명으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최근에 나타난 것과 같이, 재판관 1~2명의 임명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을 완화할 수가 있고, 또 헌법재판소로서도 좀 더 안정적으로 결정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