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108)]착하다는 것의 나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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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108)]착하다는 것의 나쁨
  • 경상일보
  • 승인 202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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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착한 것보다 중요한 것이 옳고 그름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 착함은 그른 것을 더 그르게 할 수 있으므로 그른 것보다 더 나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옳고 그름을 분명히 따져 말하고 행동하면 오히려 별나다거나 인정머리 없다고 한다. <한비자> ‘내저설 상’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자비롭고 은혜롭다는 것은 선을 행한다는 것인데, 그것을 행했는데 망했다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복피가 대답하여 말했다. “무릇 자비로운 자는 차마 하지 못하며 은혜로운 자는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차마 하지 못하면 허물이 있는 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주기를 좋아하면 공을 세우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상을 줍니다. 허물이 있는데도 처벌받지 않고, 공이 없는데도 상을 받으면, 망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가끔 착한 마음이 앞서 잘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처벌하지 않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심지어 죄를 지었는데도 처벌하기보다는 용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 칭송하기까지 한다. 물론 잘못한 사람이 자기의 잘못을 알고 충분히 반성하고 그 잘못을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굳이 처벌하기보다는 용서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잘못을 반성하지도 않는데 처벌하지 않는다면, 그는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될 것이다. 한비자는 이것에 대하여 선을 행하는 게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죄를 지었음에도 처벌하지 않으면 그 죄는 반복하게 되고 나아가 더 큰 죄를 짓게 마련이다. 잘하지 않았는데도 상을 주면 아무도 잘하려고 하지 않게 된다. 가정이 사회가 나라가 어려워지는 것은 대부분 그 원인이 여기에 있다.

흔히 듣는 말 중에 ‘좋은 게 좋다’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좋은 게’라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인데, 우리 사회는 대체로 그것을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게라는 것이 나쁜 것인 경우가 많다. 결국 좋은 게 좋다는 말은 나쁜 것을 좋다고 인정하거나 허용하라는 말이 되기도 한다. 참으로 우스운 것은 착한 마음으로 잘못을 처벌하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은 그 사람은 자기를 처벌하지 않은 착한 마음의 사람을 바보라고 비웃고 무시한다는 것이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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