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포 혐의에 대해 다수의견으로, 항소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의 이유를 설시하면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그리하여 앞으로 서울고등법원이 위 사건에 대하여 다시 유죄 취지의 항소심판결을 하고, 그 판결에 대하여 이 후보가 다시 상고를 한 다음, 대법원이 다시 상고기각의 판결을 하면, 위 사건은 유죄로서 확정이 된다.
특히 형량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확정되면, 이 후보는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선거에 나설 수 없게 된다. 다만, 다시 항소심을 진행할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7일 위 사건의 재판을 6·3 대통령 선거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위 사건 때문에 이 후보가 6·3 대선에 출마를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졌다.
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후, 대법원 판결의 판단 내용에 대하여서는 법조인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없었다. 다수의견의 논리가 수긍되는 측면도 있었고, 다수의견에 반대하더라도 위 대법원 판결에 이미 대법관 2명의 반대의견이 설시되어 있고, 거기에 더 첨가할 반대논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 대법원 판결이 이례적으로 너무 신속하게 선고되었다는 점이다.
즉 3월28일 위 사건기록이 대법원으로 넘어간 후, 대법원은 지난 4월22일 이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한다고 공지한 후, 2시간 후에 다시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고 공지하였다. 그리고 그 날 대법관들의 1차 합의 기일을 열었고, 이틀 후에 추가 합의 기일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 1일에 선고를 한 것이다. 선거법 사건의 경우 빠른 진행이 요구된다고 하더라도, 이전에는 그렇게 신속하게 처리를 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 후보에 대한 위 사건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선고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되자, 이 후보가 소속된 민주당에서는 대법원이 6월3일 이전에 위 사건의 판결을 해정시켜서, 이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갖고, 대법원에 대하여 ‘정치개입 사법쿠데타’라고 맹비난을 하면서,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까지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5월1일 대법원이 유죄취지의 상고심판결을 하더라도 어차피 6·3 대선 이전에 위 사건이 고등법원으로 갔다가 다시 대법원으로 와서 확정될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따라서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의구심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대법원이 그렇게 신속하게 판결을 한 이유는, 6월3일 이전에 판결을 하지 않으면, 재판 지연으로 심각한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통상의 속도로 진행을 하다가 6월3일 직전에 판결을 선고하면 오히려 이 후보 쪽으로부터 더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6월3일 이전에 선고를 하되 6월3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날짜에 빨리 선고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탓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5월1일 선고는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4일에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 청문회’를 열고, 대법관 12명 등의 청문회출석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도 거론하고 있다. 청문회 출석 요구는 대법관들이 출석을 거부하였고, 탄핵은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국회의 위와 같은 출석 요구나 탄핵 거론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현재도 이 후보에 대한 재판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국회의 감사 또는 조사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선 안 된다)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문이 있고, 특히 국회가 개별 사건의 진행이나 판결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법관을 청문회장에 세우거나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재판 개입이고 사법부 독립의 침해이기 때문이다.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어떤 내용의 재판을 할 것인지는 재판진행권과 판결의 권한을 가진 사법부의 권한인데, 다수당인 민주당이 개별사건의 진행이나 결론에 반발해서, 지금처럼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국회가 자신이 가진 탄핵소추권을 행사함에 대하여,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에도 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대응한 것만큼이나 비이성적인 행동이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