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대한민국의 행복지수 순위가 발표됐습니다. OECD 38개국 중 33위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기록했죠. 2022년에는 36위 였습니다. 우리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로 경제대국이지만, 우리 국민은 지난 4월 여론조사 결과 57%정도만이 ‘행복하다’라고 응답한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쉬지 않고 달려와 OECD에 합류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죠. 사실 우리 국민이 낙천적이진 않습니다. 시험공부 하다 조는 아이에게 “넌 잠이 오니?” 할 정도로 항상 더 올라가야 한다며 닦달해왔습니다. 이러한 불안과 근면함이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은 분명하죠. 하지만 이제 우리는 삶의 질, 행복을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전학 연구에서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시작된 이후, 북쪽으로 올라올수록 ‘아난다마이드’ 분비 유전자가 점점 약해졌다는 겁니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이 물질이 적게 분비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산스크리트어 ‘아난다’(Ananda=행복, 기쁨)에서 유래했습니다. 엔돌핀이나 세로토닌보다 더 직접적으로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고, 기억력을 좋게 해주는 물질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아난다마이드는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칸나비노이드’라는 겁니다. 대마초 성분과 비슷하지만, 자연적으로 우리 뇌에서 생성됩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유독 낙관적이지 않고 행복지수에서 늘 하위권인 이유도 뇌 속의 이 신경전달물질의 부족 때문일 수 있군요. 아난다마이드가 부족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감정 기복이 커지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며 남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고 질투, 분노, 좌절감이 더 자주 올라옵니다. 혹시,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셨다면 한국인의 뇌 생화학적 문제 때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아난다마이드는 일상의 활동을 통해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가벼운 조깅,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30분 정도만 해도 뇌에서 아난다마이드가 활발히 생성됩니다.
둘째로, ‘the zone’ 경험, 즉 좋아하는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In the Zone’ 상태라면 어떤 일을 쉽고 익숙하게 해낼 수 있어서 행복하고 삶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 입니다.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글쓰기 등입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느낌’에 머무르면 뇌는 이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셋째, 명상과 호흡 훈련입니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단순한 호흡을 하루 5~10분만 해도 안정감이 올라갑니다.
넷째, 옥시토신을 늘리는 활동입니다. 포옹하기, 반려동물 쓰다듬기, 포근한 대화로 옥시토신이 많아지면 아난다마이드 분비도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다섯째, 소통과 교감으로 이루는 좋은 관계 입니다. 우리를 불행하다고 느끼게 하는 대인 갈등, 학폭, 독거노인, 결손가정, 직장 내 갑질, 이 모두 관계가 건강하지 못한 것이죠. 상처 회복에 필요한 회복탄력성에는 의지, 복수, 자책보다는 관용성이 꼭 필요합니다. 사람에 상처 받고, ‘사는 거 결국 혼자이니 다 필요 없다’고 하는 분은 고립되고 불우한 삶일 수 있습니다. 꾸준히 봉사하고 기부해온 분들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옥시토신과 엔돌핀 증가, 스트레스 수치가 낮고 암 발생률이 평범한 대조군보다 낮으며 안녕감과 행복지수가 아주 높았습니다. 이타적 행위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이 결과는 아난다마이드라는 뇌 물질보다 훨씬 더 강력한 행복요인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2025년 전반기는 대통령의 배신과 경제적 위기로 충분히 불행한 상황으로 지나가고 있습니다. 행복지수 최상위인 북유럽 3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난다마이드가 부족한 뇌, 휴전국가, 한반도를 흔드는 미·일·중·러시아 4강 등 최악의 조건입니다. 하지만 행복지수가 40위 안에 든다는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너무 많은 일을 겪어야 했던 올 해, 이제 후반기는 평온해지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정부와 더불어 소통과 교감을 위해 노력하며 행복한 국민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