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젊은 도시’로 불리던 울산의 인구 구조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위기에 산업도시 울산의 미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출생률과 혼인율 등 핵심 사회지표는 전국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대로라면 ‘광역시 소멸’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의 총인구는 오는 2052년 82만7000명으로, 2022년보다 25.7%나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고령인구 비중은 14.2%에서 43.7%로 두배 넘게 증가하는 반면 유소년 인구 비중은 2022년 13%에서 2052년 7.2%로 6%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미래 세대 기반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암울한 경고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지속적인 청년 유출이다. 대학 진학과 취업, 육아 부담 등 복합 요인에 따른 이탈이 동반되고 있다. 2023년 전국 청년 중 울산의 비중은 2.0%으로 인구 비중(2.3%)보다 더 낮아 청년층 감소가 두드러진다.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가구 비율은 39.0%에 달했고, 혼인 건수는 44.3%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814명으로 10년만에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는 울산이 청년층에게 매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인구 재생산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층이 울산을 떠나는 주요 원인은 주거 부담과 고용 불안정에 있다. 울산 신혼부부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은 21.1%로, 수도권에 근접할 만큼 주거비 부담이 매우 크다. 고용률은 66.4%로 비교적 양호하지만, 이 중 19.0%가 임시·일용직에 머무르는 등 일자리의 안정성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울산 미혼 남성·여성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는 ‘결혼자금 부족’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 ‘고용 불안정’ 순을 차지했다. 이 중 ‘고용 불안정’을 꼽은 비율은 2년전보다 3.9%p나 상승해 불안정한 노동환경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결정적인 요인임을 보여준다.
울산이 다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선 청년층의 정착을 돕는 근본적 인구정책이 필요하다. 단기적 장려금보다 중요한 것은 생애 전반에 걸친 실질적 지원이다. 주거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신뢰할 수 있는 돌봄 환경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도시는 사람이 있어야 지속된다. 그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울산이 다시 청년의 도시로 설 수 있을지, 지금의 정책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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