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2)벽화로 말한다-옥성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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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2)벽화로 말한다-옥성공원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7.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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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들이 무대 위로 여기저기 내려온 날
나뭇잎 싸리비에 말없이 끌려가고
꽃잎은 작디작아서 비질이 무색하다

흙바닥 비질 소리 음률 되어 흐르고
리듬을 실은 팔에 박자가 뒤따른다
그 옛날 시골 흙 마당 이런 느낌 주었지

허리는 꼿꼿하게 비질은 사십오 도
흩트림 없는 자세 이곳의 벽화 풍경
맡은 일 끝낼 때까지 응원세례 반짝인다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울산 중구 학성동 제일베스트빌 뒤쪽에 어린이공원인 옥성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공원이 오래됐다는 걸 말해주듯 쭉쭉 뻗은 은행나무들이 건물 높이만큼 키를 키우고 있다. 공원을 들어서는 입구에 좌우로 선 이 은행나무들이 공원을 든든히 보호하는 느낌을 준다.

디딤돌이 좌우로 정갈하게 깔려 있어 우중에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공원 오른편에 육각정이 있는데 마루가 높지 않아 층계 계단은 생략됐다. 바로 걸터앉거나 단번에 올라갈 수 있는 구조이다. 이 공원을 유독 빛내는 것은 두 벽면에 그려진 벽화이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매일매일 행복하기, 언제나 건강하세요, 활기찬 옥성공원”이라는 글귀와 귀여운 여자아이, 동백꽃과 학 그림이 그려져 있다. 페인트칠을 새로 한 듯 산뜻하고 밝은 분위기다.

공원의 주인공인 아이들을 위한 그네와 시소 등이 가운데 지점에 설치돼 있다. 어른들도 함께 즐기라고 양쪽으로 운동기구가 놓여 있다.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살피며 운동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 될 것 같다. 육각정 앞에는 작은 무대와 포토존 느낌이 나는 구조물이 있다. 이 작은 공원에서도 어떤 행사를 그동안 해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침 공원을 청소하는 한 남자를 만났다. 비질 소리가 그 옛날 시골마당을 쓸던 소리처럼 친근하게 들려 계속 듣고 있었다. 마을 주민이 자발적으로 하거나 구청에서 나온 사람들이 청소를 하기도 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떤 할아버지가 목발을 짚고 공원으로 들어선다. 이 주변에 사는 분일 것 같아 여기에서 주로 무슨 행사를 하는지를 여쭸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여기서 그림 그리기도 하고 가까이 있는 절에서도 가끔 행사를 열기도 한다”라고 했다.

사람들을 아우르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주변은 거의 단독주택이어서 어떤 행사를 열면 모두에게 유용할 것 같았다. 사람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모여서 즐길 수 있는 게 도심의 공원이 주는 최고의 혜택이 아닐까 싶다. 한 할아버지는 운동기구에 올라선 채 신나게 몸을 움직인다. 나이 드신 분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연이어 모여든다. 날씨는 흐려 있었지만 오늘도 좋은 추억을 쌓을 것 같다.

공원 담에 벽화 구경도 좋았지만 주변의 단독주택 벽에도 벽화들이 있어 벽화마을 분위기를 냈다. 어떤 집은 도자기 타일로 또는 자잘한 도자기 파편으로 모양을 멋지게 낸 곳도 있었고 대나무를 표현해 놓은 곳도 있었다. 공원을 닮은 집들이 주변에 있으니 더욱 조화로워 보였다. 가을이 되면 노란 은행잎들이 공원 주변을 장식해서 더욱 운치가 있을 것 같다. 그때는 민트색인 벽화와 노란 은행잎이 색다른 기분을 줄 것이다.

화단 옆에 축구공 하나가 보인다. 골목 친구 몇 명이 공을 차며 놀다 두고 간 것 같다. 학교가 파하면 이곳에 모여 공놀이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오전 시간, 이 공원은 할아버지들의 차지가 된다. 사랑방이 된 듯한 육각정에 앉아 누군가 벽화에 있는 학을 보고 한마디 한다. 다른 공원에는 이런 벽화가 없다는 말도 들린다. 할아버지들의 이야기 소재인 벽화에 한 번 더 눈도장을 찍는다. 그리고 옥성공원의 비질 소리를 다시 매만진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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