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73)말하면 잡류(雜類)라 하고-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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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73)말하면 잡류(雜類)라 하고-주의식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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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악한 세태속 처세의 어려움

말하면 잡류라 하고 말 아니면 어리다 하네
빈한(貧寒)을 남이 웃고 부귀를 세오나니
아마도 이 하늘 아래 살을 일이 어려워라 <병와가곡집>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진실은 말이 짧다. 진심은 한 마디에 무게가 실리는 법. 거짓말엔 설명이 길다. 길게 말하면 들으면 들을수록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나이를 보태는 것은 우아함을 더하는 겻, 주목 받기보다는 기억되기를 바랄 뿐, 어렵고 어려운게 사람 사는 어려움이다.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가난이 죄가 아닌데 옛날에도 ‘죄인 잡아 오라 하면 없는 놈 잡아 온다’고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고도 했다. 언젠가 새해 인사가 ‘부자 되세요’일 때가 있었다.

부귀가 좋긴 좋은 줄 알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다 될 바에야 누가 가난하게 살겠는가. 젊은 날 더 열심히 좌충우돌 하면서 잘 살아내면 노년에 어디에 가서라도 먼저 주머니를 열 수 있다.

말없는 상대방의 그 속이 깊은 줄 알았는데, 말을 많이 하면 누구라도 진열대 위에 자신을 올려놓는 꼴이 되고 만다. 듣는 사람은 그냥 배경 같아진다. 그럴수록 듣는 이의 마음은 닫히게 마련이다.

가장 자연스럽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한참 바라볼 일이다. 나라는 자신이 어느 만큼이나 망가져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살아야 할 일이다.

외모가 망가지면 질수록 내면을 채워 나가야 될 일이기에 그렇다. 침묵으로 자신을 지켜나가며 주위를 둘러보며 말 없음으로 인정하고 인정받는 그런, 한 시점을 살아야 될 것 같다.

주의식(朱義植)은 조선 중기의 가인이자 시조 작가이다. 자는 도원, 호는 남곡, 본관은 나주이다.

청구영언에 “시조에 능할 뿐 아니라 몸을 단정하게 하고 마음을 맑게 해 군자의 풍도가 있었다”고 전한다.

숙종 때 무과에 급제해 칠원 현감을 지냈으며, 자연과 탈속, 계행(戒行)과 절개를 주제로 삼았다. 시조 14수가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 등에 실려 전한다.

잘한 대화는, 대화의 분량이 아니라, 마음의 균형이다. 대화는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다. 말을 많이 해 진실과 진심이 가벼워 져서는 안될 일. 삶은 언제나 삼가고 또 삼가야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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