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1장 만남 / 보부상 서신 1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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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1장 만남 / 보부상 서신 1호(5)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7.04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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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주변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무룡산 전경. 울산시 제공

“형!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그랬다. 그 아이는 자신이 보호한 아이에게 분명히 형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그는 갑자기 그 아이에게 흥미를 느끼고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아이야! 이후로는 네가 지금처럼 맞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까?”

“….”

“너, 혹시 벙어리니?”

“….”

자신의 관심과 물음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그 아이에게 화가 나서 그냥 돌아서다가,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자신의 품속에 있던 책자 하나를 아이에게 강제로 쥐어주고는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갔었다.

그 책은 낭인으로 이름을 떨쳤던 그의 스승이 자신의 검법을 상세히 기록한 것으로, 후계자인 그에게 대물림된 것이다. 그는 조선에서 후일 자신을 도와줄 후계자를 찾았었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그냥 돌아가던 참이었다.

당시 자신이 왜 분신과도 같았던 보물을 그 아이에게 주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더 이상 쓸모없는 것으로 여겼기에 귀국하는 바닷길에서 버리려고 했던 것이었다.



‘아까 보았던 게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그 청년이 5년 전의 그 아이임에 틀림이 없다. 어떻게 그 아이가 나의 검법을 익혔을까? 조선에서 거지아이가 글을 익힌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일 텐데, 만나야 한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그는 허겁지겁 청년과 늑대가 싸우던 장소로 가 보았으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죽은 늑대 다섯 마리 중에서 세 마리만 현장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두 마리는 필시 그 청년이 가져간 것이리라.

‘혼절한 여인에다가 늑대 두 마리까지 가져가려면 멀리는 못 갔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녀석의 흔적을 찾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시간 맑은 날이면 태화강과 태화루가 보이는 무룡산 정상 부근의 한 동굴에는 삿갓 쓴 사내의 짐작대로 예의 그 청년과 혼절한 여인, 그리고 죽은 늑대 두 마리가 있었다. 청년은 여인의 맥을 짚어본 후에 이불을 덮어주고는 자신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잠시 자고 있었다. 칼을 들고 삿갓을 쓴 남자에게 쫓기는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삿갓 쓴 사내가 찾던 ‘천동’이라는 이름의 청년이었다. 그는 동굴 안을 천천히 둘러보고서야 비로소 안심했다.

이 동굴은 그가 4년 전에 발견했는데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들어왔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집처럼 거주할 수 있게 꾸준히 손을 봐왔었다. 그래서 지금은 한겨울에도 거주가 가능할 수 있게 집의 형태가 갖추어져 있는 보금자리가 되었다. 동굴의 바깥쪽에는 돌과 나무로 자연스런 가림막을 해서, 밖에서 대충 봐서는 동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다. 그렇게 해서 동굴집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한 그만의 안식처가 될 수 있었다. 마을 변두리에도 다 쓰러져 가는 그의 초가가 있었지만 그곳은 남에게 보여주는 집이고, 그가 생각하는 진짜 집은 이 동굴집이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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