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뒤에 가려진 사회 갈등·균열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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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 뒤에 가려진 사회 갈등·균열 표출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07.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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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립미술관이 3일 제1전시실에서 2025 현대미술기획전시 ‘낯선 코드’를 개최한 가운데 관람객들이 ‘번역된 도자기’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도현기자 do@ksilbo.co.kr
울산시립미술관이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아트와 설치 미술, 조각, 손자수 등의 시각예술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이색 기획전시를 마련했다. 특히 시립미술관이 개관 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소장품도 전시돼 관심을 모은다.

3일 찾은 울산시립미술관 지하 2층 제1전시실. 이 곳에서는 이날부터 오는 11월2일까지 4개월 일정으로 기획전시 ‘낯선 코드’가 진행되고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시장 복도에 설치된 히토 슈타이얼의 ‘헬 예 위 퍽 다이’라는 4채널 영상. 총 4개의 영상 중 3개의 영상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군사 훈련 과정 중 끊임없이 가격 당하는 반복적 학대를 묘사하고 있다. 전시 관계자는 “이는 기술의 진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일종의 폭력과 희생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또 관심을 끈 영상은 AES+F의 ‘신성한 우화, 쌍둥이’라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기독교에서 지옥과 천당의 중간에 있는 연옥을 묘사하고 있다. 작품에서는 국제공항을 연옥으로 설정했다. 이는 공항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써 현실과 다른 세계로 여행하는 동안에 마주치며 거쳐가는 공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 작품 외에도 이수경 작가의 ‘번역된 도자기’와 서도호 작가의 ‘유니폼/들: 자화상’, 함경아 작가의 ‘미안합니다’ 등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소장품 7점을 포함해, 국내외 주요 기관의 대표적인 동시대 미술 작품 16점을 선보이고 있다. 소장품 중 서도호, 권하윤, 송민정 작가의 작품은 첫 공개되는 것이다.

‘낯선 코드’는 2000년 이후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반영한 시각예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동시대 미술이 추구하는 예술적 방식과 시선을 공유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인간, 사회, 기술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나의 프리즘’ ‘현실을 마주한 예술적 메시지’ ‘현실을 마주하는 예술적 사유’ ‘경계를 넘는 하이브리드’ ‘가상의 이야기’라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는 개인의 삶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업에서 출발해, 사회 구조 속 갈등과 균열을 드러내는 작품들로 이어진다. 이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안하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또한 미술관 내 뜨락정원에는 미디어아트 그룹 창, 비욘드(BEYOND)의 AR(증강현실) 작품이 설치돼,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감각적 몰입의 경험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익숙함 뒤에 가려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예술작품을 통해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울산시립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229·8423.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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