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 폭염특보 발효중”, 체감온도 35℃를 넘는 날이 이어지며 예전 같으면 한여름에나 받을 법한 폭염특보가 이제는 초여름부터 알람처럼 반복해서 울려댄다. 문제는 오르는 것이 기온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취약계층에게는 온도보다 무서운 게 냉방비 요금이다.
기후위기는 이제 복지위기로 직결되고 있다. 냉방을 위한 전기요금 걱정, 무더위에 따른 장바구니 물가 불안, 무더위 쉼터의 접근성,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돌봄서비스의 중단 등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난다.
노년층, 장애인, 저소득 1인 가구에게 폭염은 생존의 위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온열질환자는 매년 2000명 이상 발생하며, 이 중 대부분이 취약계층에 속한다. 특히 노후 주택이나 쪽방처럼 단열이 열악한 곳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냉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수단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기요금 부담에 선풍기 한 대로 버티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후복지는 이런 현실에서 출발한다. 기후위기에 적응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복지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냉방비와 냉방기기 지원을 ‘긴급복지’가 아닌 일상적 필수복지정책으로 전환하고, 동 단위로 접근성 높은 폭염대응 지역거점센터, 야간 무더위쉼터 같은 시간 연장형 지원모델이 확대돼야 한다.
울산의 경우 산업단지와 고령화 주거지역이 맞붙은 동네가 많고, 도심 열섬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도시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만, 노인 1인 가구나 노후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은 여전히 폭염 취약지대로 남아 있다. 특히 정보에 취약한 노인세대나 보호시설에서 자립한 이후 지역에 사는 중증장애인들은 에너지 복지나 이동권에서 배제되기 쉽다.
울산은 5개 구·군에 총 1025곳의 무더위쉼터를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70%가 경로당·회원제 시설이라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중구·남구 등 일부 동은 쉼터가 전혀 없으며, 북구 신천공원은 수용 인원 산정을 ‘지표면 1㎡당 1명’으로 해놓아 실효성과 접근성 모두에 의문이 제기된다.
기후위기를 이기는 복지정책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폭염은 단지 더위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며, 이를 복지정책의 핵심 의제로 다루어야 할 때가 왔다. 삶과그린연구소에서는 지난 5월 울산대학교기후변화 인문사회융합인재양성사업단과 함께 ‘기후위기,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꿨을까’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복지공공의 냉방권, 냉난방 접근성, 기후취약계층 보호 정책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연결된 권리의 문제다. 기후위기에 강한 복지국가, 지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울산도 그 변화의 전선에 서 있기를 기대한다.
김민경 삶과그린연구소 소장 사회복지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