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심리클리닉]배우자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은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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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심리클리닉]배우자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은 ‘믿음’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0.05.21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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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거가 내민 손 뿌리치기
▲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과 전문의
불화를 겪는 부부는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방해꾼을 만난다. 잘 지내보려고 하면 여지없이 나타나서 방해한다. 부부 역시 그들만 만나면 무력해진다. 그들은 바로 내면에 남아있는 과거 부부의 모습이다.

남편의 잦은 음주와 술주정 때문에 불화를 겪는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자 부부 상담 외에도 개인 면담 및 약물치료까지 병행하고 있었다. 필자는 긍정적 변화를 보이는 남편을 지지하고 격려했다. 하지만 아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시 술 마시고 화낼 것이 뻔해요. 술 끊겠다고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지금도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져요.”

남편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편이 허탈한 것도, 아내가 더는 기대하고 싶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된다. 사실 부부의 적은 서로가 아니라 바로 과거 부부의 모습이었다.

현재 부부가 아무리 노력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도 과거 자신들을 현재로 소환하면 다시 주저앉는다.

대개 부부가 과거에 굴복하는 이유는 아직도 과거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부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할수록 고통만 가득했던 과거 자신들이 더 안타깝고 속상하다. 이제 더는 과거 자신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결국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은 칭찬이다. 배우자의 긍정적 변화를 의심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 설령 당신이 의심해서 배우자의 흠집을 찾아낸다고 치자. 그래서 결국 얻는 것이 무엇인가.

배우자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은 사랑하는 이의 의심이 아닌 믿음이다. 당신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배우자가 다시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자책하거나 후회할 필요는 없다.

과거를 수용하지 못한 이는 과거에 집착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하지만 과거를 수용한 이는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바라본다. 아쉬움만 가득한 과거에 미련을 두기보다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바란다면 응당 해야 할 노력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과거를 흘려보내자. 그리고 현재에 집중하며 배우자의 사소한 긍정적 변화까지도 격려하자. 영화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2014)’의 대사처럼 우리는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려야 한다.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말이다.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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