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울산 남구의 한 병원. 접수대 옆에는 ‘독감 예방접종 특가 이벤트’라는 안내문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3가 백신 접종을 1만4900원에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인근 다른 병원에서는 1만4000원 수준으로 최저가 경쟁에 나서면서 대기 인원이 줄을 이었다.
반면 일부 병원은 ‘고령층용 고용량 백신’을 내세워 5만원까지 접종비를 받고 있다. 고용량 백신은 항원 함유량을 늘려 면역 반응이 약한 고령층의 항체 생성을 돕는다.
병원 관계자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65세 이상은 고용량 백신이 더 효과가 좋을 수 있다”며 “무료 접종은 3가 백신만 해당되기 때문에 고용량 백신 접종을 원하면 따로 비용 결제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에 따르면 울산의 독감 예방접종 비용은 4가 백신 기준으로 최소 1만4900원에서 최고 5만원까지 편차가 크다.
독감 예방접종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가격 규제가 없으며, 제약사와 병원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이처럼 백신 종류와 가격이 다양하다 보니 시민들은 ‘발품’을 팔며 비교에 나서고 있다.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신접종 비용 관련 정보가 하루에도 여러 건씩 올라오고 있다.
병원을 찾은 직장인 이모(48)씨는 “같은 울산인데도 병원마다 몇만 원씩 차이가 나고, 백신 종류에 따른 가격 차이도 커서 혼란스러웠다”며 “가족들이 모두 접종을 받으려니 가격이 만만찮아 며칠 동안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병원에 전화하는 등 발품을 팔았다”고 말했다.
무료 접종 대상자인 정모(69)씨는 “무료로 맞으려고 왔는데 병원에서 ‘효과가 더 좋은 백신이 있다’고 하니까 고민이 된다”며 “가격 차이도 크고, 어떤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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