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미비로 실증과 산업화가 사실상 중단된 RCFs의 제도 공백을 해소하고, 석유화학단지의 친환경 전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10일 울산시와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11차 규제자유특구 후보과제 선정평가’에서 시가 신청한 ‘울산 재활용탄소연료(RCFs) 규제자유특구’가 예비 특구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는 후보 과제 발표와 평가를 거쳐 전국 20개 시·도 가운데 10곳을 예비 특구로 선정했으며, 울산도 예비지역에 포함됐다. 시는 오는 12월 참여사업자 모집 공고를 시행할 예정이며, 선정된 참여기업·기관들과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후 중기부 컨설팅 등을 거쳐 내년 5월께 최종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RCFs는 폐기물·폐플라스틱·바이오매스 등 기존에 버려지던 탄소 기반 물질을 활용해 만든 저탄소 연료로, 해외에서는 탈탄소·순환경제 전환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관련 법·제도 미비로 인해 실증부터 생산·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이 사실상 중단돼 있는 실정이다.
시가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추진하는 핵심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법령 체계에서는 RCFs를 ‘연료’로 인정하는 명확한 조항이 없다. 플라스틱을 열분해해 합성유로 만들더라도 법적으로는 ‘연료’가 아니라 단순 화학제품에 머무른다. 이 때문에 연료 제조업 등록이나 유통·판매, 품질 인증 등이 불가능하다. 특히 RCFs는 폐플라스틱·부생가스·각종 산업 폐기물을 원료로 하는데, 현행 폐기물관리법 체계에서는 이러한 원료가 모두 ‘폐기물’로 분류된다. 현행 법령은 이를 소각·단순 처리 기준으로 관리해 혁신 공정 실증이 어려운 구조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또한 연료 범위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RCFs는 친환경 정제 원료로는 인정되지만 연료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RCFs를 생산해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셈이다.
다만 RCFs가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갖는지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시는 특구 지정을 통해 △열분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성물질 검증 △저탄소 연료로서의 실질적 온실가스 저감 효과 검증 △전주기 실험 기반의 기술 안전성 확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이번 특구 지정이 이러한 제도적 공백 해소와 동시에, RCFs가 울산 산업 전환의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은 전국 시·도 가운데 나프타 생산시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정유·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부생가스 등 RCFs 생산에 필요한 자원이 풍부하다. 시는 이들 폐플라스틱을 단순 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보고, 열분해를 통해 석유대체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석유화학단지 내에서 마치 유전처럼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기름을 생산하는 새로운 친환경 공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특구 추진의 목적은 RCFs 관련 법·제도 공백을 해소하고, 실제 산업화가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며 “열분해·가스화 공정의 안전성, 온실가스 감축 효과 등도 과학적으로 검증해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친환경 전환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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