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은 의붓자식 같은 달이다.
시월과 십이월 사이에 엉거주춤 껴서
심란하고 어수선한 달이다.
난방도 안 들어오고
선뜻 내복 입기도 애매해서
일 년 중 가장 추운 달이다.
더러 가다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메인은 시월이나 십이월에 다 빼앗기고
그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허드레 행사나 치르게 되는 달이다.
괄호 같은 부록 같은 본문의 각주 같은
산과 강에 깊게 쇄골이 드러나는 달이다.
저녁 땅거미 혹은 어스름과 잘 어울리는
십일월을 내 영혼의 별실로 삼으리라
소외된 시간, 선명해지는 내면의 소리
십일월은 애매한 달이다. 애(曖)는 흐리다, 매(昧)는 어두컴컴하다는 뜻이니 분명하지 못하고 흐리멍덩한 달, 축제 같은 가을은 가버렸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있는 낭만적인 겨울은 아직 오지 않은, 그 사이에서 엉거주춤 두리번거리는 달이다.
십일월의 쓸쓸함과 어중간함을 시인은 축하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존재인 “의붓자식” 같다고 했다. 내복 입기도 어중간해서 오히려 더 추위가 느껴지는 달. 괄호나 부록, 각주 같은, 그러니까 중요하지 않은, 보조 장치 같이 덧붙여진 달. 함부로 대해도 괜찮은 것 같은 허드레 달.
그런데 시인은 그런 십일월을 영혼의 별실로 삼겠다고 한다. 보잘것없이 여겨졌던 십일월을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으로 삼겠다는 것은 십일월이야말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기 좋은 시간이라는 의미이다. 십일월은 “쇄골이 드러나는 달”, 겉에 두른 잎이 다 떨어져 뼈대와 본질이 드러나는 달이기 때문이다. 산과 강 같은 자연뿐 아니라 삶의 진실, 생의 진면목도 한 해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 십일월에 엿볼 수 있으리라.
송은숙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