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80)
상태바
[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80)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11.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기박산성, 농소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관문성 전경. 울산시 제공

천동은 야간전투도 익숙하고 눈에 익은 지형인지라 거리낌이 없었지만, 동무들은 조금 떨고 있었다. 그의 칼끝에서 나는 피 냄새가 짙어지고 있었다. 그는 일 합에 한 명의 적병을 베어 넘기는 속전속결의 검법을 사용해서 순식간에 십여 명의 왜적들을 저승으로 보냈다. 그렇지만 두 동무들은 적병들에게 제대로 칼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왜적들은 오로지 앞으로 전진하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천동이 실수로 일 합에 왜적을 죽이지 못하여 두 합에 쓰러지는 바람에 비명이 크게 울렸다. 후미에서 의병들이 공격하는 것을 눈치 챈 왜적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천동의 주위로 많은 왜적들이 몰려들었다. 그때서야 두 동무들은 본능적으로 천동의 곁에 다가가서 칼을 휘두르며 왜적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세 사람은 합심해서 왜적들의 목을 베며 능선의 위쪽으로 후퇴했다. 잠시 후에 달령으로 진입하던 선두의 왜적들이 후퇴하는 소리가 들렸다. 의병들이 쏘는 화살에 동료들이 쓰러져도 조총을 연신 쏘아대며 전진하던 왜적들이 마침내 달령을 포기하고 물러갔다.

천동은 허벅지 쪽이 따끔거려서 만져보았다. 피가 흐르고 있었다. 칼에 베인 흔적이었다. 세 치 길이의 비교적 큰 상처였다. 옆구리 부위에도 큰 상처가 있었다. 조금만 더 깊게 베였다면 창자가 쏟아졌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곳이었다. 적병에게 입은 두 번째 상처였다. 천동은 동굴로 가서 산야초를 고아서 만든 환을 녹여서 상처 부위에 바르고 무명으로 붕대를 만들어서 감았다. 이 정도 상처라면 파상풍만 아니면 크게 걱정할 게 없었다.

동무들은 천동에게 미안해서 한 마디 했다.

“봉사 나리 죄송합니다. 우리가 힘이 되지 못하고 짐만 된 거 같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오늘은 정말 크게 다칠 뻔했어. 전투라는 것이 매번 좋을 수는 없는 것이거든.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전장이잖아. 오늘 첫 전투인데도 불구하고 너희들은 잘해주었어. 둘 다 다치지 않고 이렇게 살아서 돌아온 것만 해도 대단한 거야. 정말 잘했어.”

“처음에는 정말 다리가 후들거려서 칼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누구나 처음에는 다 그래. 빈말이 아니고 오늘 정말 잘했어. 수고했어.”

“많이 다쳐서 어떻게 해요?”

“이 정도 상처는 별거 아니야.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강목(부지깽이)과 대식(먹쇠)이 본 천동의 동굴집은 환상적이었다. 모든 게 잘 갖추어져 있는 듯이 보였다. 먹을거리로는 훈제고기와 각종 산나물, 약초가 있었고, 소나무로 된 개다리소반과 질그릇, 작은 옹기 등 제법 많은 살림살이가 있었다. 동무들은 자신들과는 다른 천동이 믿음직스럽게 생각됐다.

글 : 지선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오늘의 운세]2025년 10월20일 (음력 8월29일·임술)
  • 도서관 인근 편의점 ‘담배 뚫린곳’ 입소문 일탈 온상
  • 옥교동한마음주택조합 8년만에 해산 논의
  • 울산도시철도 2호선 예타 여부 이번주 결정
  • 김지현 간호사(울산대학교병원), 호스피스 전문자격 취득
  • 필름부터 AI이미지까지 사진 매체의 흐름 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