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책임 무서워 안가” 울산 현장체험학습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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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책임 무서워 안가” 울산 현장체험학습 포기
  • 이다예 기자
  • 승인 2025.11.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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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 아이클릭아트
자료사진 / 아이클릭아트

3년 전 강원 속초 현장 체험학습 사망사고의 여파가 울산 교육현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학교의 현장 체험학습 참여율이 1년 만에 대폭 떨어진 가운데, 교사가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받으면서 교직사회 반발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11월 강원 속초 한 테마파크에서 초등학교 현장 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가 최근 열린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피해 학생 유가족과 합의한 점, 전적으로 책임을 묻기에는 과도한 측면이 있는 점 등이 참작돼 선고유예를 받음으로써 교단에 계속해서 설 수는 있게 됐다.

그러나 교사들은 “예기치 못한 사고에 유죄를 받은 것은 유감이다”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절실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장 체험학습 사망사고 발생과 이후 법적 판단의 여파는 결국 체험학습 기피로 이어졌고, 실제 울산 학교의 체험학습 참여율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교육청 확인 결과 올해 울산 초·중·고 249개교 중 현장 체험학습을 실시한 학교는 190곳(76%)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실시율(98%)과 비교하면 20%p 이상 급감했다.

올해 현장 체험학습을 실시하지 않은 학교는 초등학교가 52곳으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 4곳(온라인학교·특수학교 포함), 중학교 3곳이 뒤를 이었다.

특히 초등학교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올해 현장 체험학습을 학사과정에서 아예 제외한 초등학교만 52곳에 달한다. 사실상 전면 미실시를 결정한 것으로, 사고 위험 부담을 이유로 현장 활동을 포기하는 학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한 초등 교사는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야외 활동을 맡는 것은 사실상 벼랑 끝에 선 기분”이라며 “사고만 나면 담임에게 모든 과실이 쏠리는 구조부터 손보지 않는 이상 체험학습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유치원 상황은 사뭇 또 다르다. 공립유치원의 경우 학부모 만족도 조사와 사립유치원 일정 등을 고려해야 하는 탓에 울며 겨자 먹기식 운영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일부 유치원은 현장 체험학습을 줄이고 싶어도 민원이 우려돼 최소 횟수만 유지하는 방식으로 버티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교원단체들은 현장 체험학습 사고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만 전가하는 구조가 또 다른 위험을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동시에 현장 체험학습이 사고 위험과 교사 책임 문제 등으로 위축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 기회를 잃고 있는 것도 우려한다.

울산교사노조는 “학교안전법 제10조 제5항의 ‘교직원의 안전조치 의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에 대한 과도한 책임이 교사 개인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오는 20일 제105회 총회를 열고,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 발생 시 교원 책임 면책 보장’ 안건 등을 심의할 계획이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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