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명칭 헷갈려…암각화 교육 뒤죽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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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명칭 헷갈려…암각화 교육 뒤죽박죽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5.11.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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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반구천의 암각화 국제학술대회가 18일 롯데호텔 울산에서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와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종합 토론을 하고 있다. 김도현기자 do@ksilbo.co.kr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가 국내 교육 현장에서 여전히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선사시대 유적인데도 현행 교과서에서 구석기·신석기 시대 내용이 크게 축소돼 한국 역사교육의 연속성과 정체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강현숙 동국대 WISE캠퍼스 명예교수는 18일 롯데호텔울산에서 열린 ‘2025 반구천의 암각화 국제학술대회’에서 ‘교과서 속의 반구천의 암각화’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강 교수는 교육부의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구석기·신석기 단원을 대폭 축소한 점을 집중 비판했다.

중·고등학교 역사·한국사 교과서 15종 중 반구대 암각화를 서술한 교과서는 5종뿐이며, 그마저도 시대 구분 오류·설명 혼재·명칭 오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 교수는 리베르스쿨 중학교 <역사2> 교과서가 청동기 경제활동 단원에서 반구대 암각화를 소개한 점을 지적하며 “신석기와 청동기를 뒤섞어 설명하는 오류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고학계에서는 반구대 암각화가 신석기시대에 제작됐을 가능성(부산 통삼동·울산 세죽리 유적의 고래 뼈, 창녕 비봉리 배의 발견 등)에 무게가 실리고 있음에도, 교과서는 여전히 청동기·철기 시대 설명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아 시대 교육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 ‘반구대 암각화’만 강조하는 관행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유산의 공식 명칭은 ‘반구천의 암각화’로, 이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국보 147호)’ 두 유산을 아우르는 단일유산이다. 강 교수는 “반구천 일원 전체가 선사부터 신라까지 이어진 8000년의 문화흐름을 보여주는 복합유산”이라며 “그럼에도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반구대’라는 단편적 명칭만 사용하고 있어 세계유산의 개념과 범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천전리 명문·암각화의 경우 선사 동물그림과 신라 금석문이 한 바위면에 공존하는 희귀한 문화유산임에도 학교 교육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어 반구천 일원 전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핵심 기준(OUV) 중 하나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고래·포경 장면의 존재다.

이에 강 교수는 “고래그림은 세계사적 관점에서도 중요하며, 인류의 해양 활동사 이해에 큰 의미가 있다”며 “이 점도 교과 과정에서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 교수는 끝으로 “세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름은 ‘반구천의 암각화’이며, 앞으로 우리의 교육에서도 정확한 명칭과 시대,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가유산이자 세계유산으로서 학교 교육과정 전반에서 다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교과서 수정·교육 프로그램 개발·보존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며 “유산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통합적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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