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안 경로당 터줏대감 된 지 오래
할머니 부지런히 앞마당 쓸어낸다
머리를 매만지듯이 비질 흔적 선명하다
화분에 심은 부추 할머니들 마음 알고
하루가 멀다 하고 푸름을 더해가다
공원등 휴식 시간에 부침개로 누워 있다
냄새로 맛을 보는 아이 뜨락 식구들
요새에 몸을 숨긴 눈동자들 반짝인다
곳곳에 생기가 돌아 훌쭉한 배 부푼다
도착하자마자 눈이 번쩍 뜨인다. 생태놀이터의 안내도가 마음을 사로잡은 데다 공원과 인접한 인도에 깔린 한글 타일이 눈길을 끈 탓이다. 거기에는 자음 기역부터 히읗까지가 반복되고 있었다. 뭔가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을 들머리에서부터 받아서인지 기분이 최적 상태가 된다.
특이하게도 명정경로당이 공원 안에 담 경계 없이 함께 있다. 할머니들의 손길이 머문 장독대가 있고 보조 보행기도 몇 대 서 있다. 방금 경로당 앞을 쓸었는지 비질 흔적이 선명하고 앞마당이 깨끗하다. 바퀴가 달린 화분에는 부추가 잘 자라고 있다. 할머니들의 부지런한 손길을 다시 한번 보는 것 같아 반갑다. 경로당에서 바로 보이는 화단에는 대나무들이 둥그렇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공원을 둘러보는 내내 흙을 밟을 수 있어 자연과 더욱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
볼거리가 풍부했다. 가꾼 듯하면서도 가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이 있는가 하면 세련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곳도 함께 공존하고 있어 보는 재미가 컸다. 모든 구조물이 나무로 돼 있어 주변과 잘 어울렸다. 공원 안내도에는 다른 곳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17항목이 적혀 있었다. 장미목재터널·통나무악기·버그하우스·숲속의요새·사방놀이·나무기둥오르기 등을 읽으면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조합놀이대도 원목으로 돼 있어 몇 번을 봐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숲속의 요새도 동심을 자극했다. 작은 통나무집이 하나 놓여 있고 오감 발달과 모험심을 위한 놀이 공간이라고 적어놓았다. 숲속 요새는 트리하우스 네트 터널 등을 이용해서 노는 공간으로 돼 있는데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공원 사잇길 양쪽으로 식물이 심어진 곳에는 돌로 두 단 정도의 담을 쌓아 놓았다. 화단 흙의 흘러내림도 방지하고 정돈의 느낌도 있어 깔끔하게 보였다.
나무기둥오르기를 위한 나무들이 많이 세워져 있어 아이들끼리 대결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장승들이 여러 개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통나무 건너기는 다리를 길게 짧게 벌려서 걸어야 할 것 같았고 거리 조절도 잘해야 할 것 같았다. 이 나무를 건너기도 하고 오르기도 하면 신이 날 것 같다.
조성된 화단에 작은 통나무로 가장자리를 둘러놓았다. 돌로 두르는 것보다 더 친근하게 보인다. 우듬지 잎이 노란 식물의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얼마나 샛노랗던지 그 색에서 평화로움을 느꼈다. 길쭉하게 놓인 디딤돌 위로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다. 여기에서는 어느 것 하나 이질적인 풍경이 하나도 없다. 말 그대로 자연친화적이면서 동심을 가득 담은 곳이다.
무엇이든 꾸민 듯 꾸미지 않는 것 같은 게 우리 마음을 움직인다. 이곳에서 그런 마음이 자꾸 생긴다. 사방치기 앞에 서서 그 옛날 땅따먹기를 떠올린다. 한 발 서기를 하면서 몸의 균형 능력을 기르고 사회성도 기르고 신체 협응 능력도 기른다는 그곳에서 돌 하나를 야심차게 던져 본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이 공원의 땅만큼은 이 상태로 계속 보존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할머니 뜨락 같은 곳의 느낌을 시로 옮기니 부침개 냄새가 더욱 솔솔 난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