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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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6장 / 불패의 달령 전투(86)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5.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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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기박산성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기박산성 전경. 울산시 제공

이튿날 일찍 조반을 먹고 사냥에 나선 그들은 신이 나서 콧노래까지 부르며 지동과 원지마을을 거쳐서 차일마을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마동마을 근처에 있는 파군산 골짜기에 당도했다. 정월답지 않게 날씨는 포근했다. 말만 사냥이지 사실은 사냥이 아니었다. 이미 며칠 전에 천동이가 골짜기 여기저기에 올가미를 설치해 놓았는데, 각자 흩어져서 올가미에 산토끼나 노루, 꿩들이 잡혔는지 확인해 나가는 게 전부였다.

두 식경을 확인했는데도 토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영지, 상황, 운지 등의 버섯을 조금 채취하고, 더덕은 두 뿌리 캤다. 따사로운 햇살 때문에 별 소득 없는 수색이 지루해질 무렵 어디선가 뾰족한 여자아이의 비명이 들렸다. 골짜기의 특성으로 인해서 소리가 증폭되어 더 크게 들린 탓에 천동과 동무들은 그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먹쇠(대식)와 부지깽이(강목)는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 잠시 망설이다가 어기적어기적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해서 걸어갔지만, 천동은 그 소리의 주인공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나는 듯이 달려갔다.

현장인 범놀이터 근처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확인해 보니, 다섯 명의 왜인과 두 명의 소녀가 있었다. 왜인들 중 세 명은 팔짱을 끼고 동료가 하는 짓을 구경하고 있었고, 두 명은 소녀들을 겁탈하기 위해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겁탈 직전의 상황에 놓인 소녀들은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녀들은 두 손을 모아 싹싹 빌면서 애원했지만 왜인들은 그들의 말로 뭐라고 주고받으며 낄낄대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아저씨.”

고개를 갸웃거리던 녀석이 소녀가 한 말을 천천히 따라했다.

“살-려-주-세-요?”

놈은 두 손으로 한 소녀의 얼굴을 감싸고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그녀의 봉긋한 가슴에 눈을 고정시킨 채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한 손으로 그녀의 웃옷을 잡아서 단숨에 찢어 버렸다. 그 바람에 봉오리가 아담하게 영근 소녀의 가슴이 한낮의 햇살 아래 노출되었다.

옆에 있는 나머지 한 소녀도 또 다른 왜인에 의해서 강제로 웃옷이 찢어지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가 놈의 머리를 정통으로 맞추었고 놈은 비명도 없이 픽 쓰러졌다. 이미 겁탈을 시작한 왜인은 소녀의 가슴을 드러내놓고 만지려다가 그도 역시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에 머리를 맞고 절명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것 때문에 팔짱을 끼고 구경하던 세 명의 왜인이 검을 들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천동은 지팡이의 칼집을 제거하면서 그대로 공격해 들어갔다. 방어는 도외시한 단순무식한 공격 같았으나, 순간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며 왜인 두 명의 목숨을 거두었다. 나머지 한 명은 놀라서 도망치다가 역시 천동의 칼을 맞고 죽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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