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단지가 위치한 울산 남구지역이 고용노동부의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가운데 전남 여수, 충남 서산에 이어 뒤늦게 결정된 조치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석유화학 불황이 기업 실적을 넘어 고용과 지역 경제 전반을 흔드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다만, 선제 대응 취지와 달리 기업 실적 악화와 고용 불안이 이미 심화된 뒤 정책 개입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화학기업들은 2024년부터 중국 자급률 상승, 글로벌 수요 감소, 공급 과잉 등 복합 악재로 구조적 장기 불황에 직면했다. 가동률은 급락하고 설비 투자는 중단됐으며, 영업 적자는 누적돼 기업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위기는 협력업체로 확산되며, 지역 경제 전반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는 상황 악화를 감안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정량 기준만 앞세워 세 차례나 반려하며 대응을 미뤘다. 그 사이 위기는 생산 감소를 넘어 고용 붕괴로 번졌고, 지역 경제 전반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의 늑장 판단이 지역 경제와 일자리를 위태롭게 만든 셈이다.
결국 정부는 고용 악화가 통계로 확인된 뒤에야 울산 남구를 지정했다. 핵심 산업인 합성고무·플라스틱·화학제품·화학섬유 제조업에서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3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에야 정책이 작동했다는 사실은 이번 조치가 선제 대응이 아닌 사후 처방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행히 이번 선제대응지역 지정으로 화학기업들은 단기적 안전장치를 확보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사업주 훈련비, 국민내일배움카드 한도 확대, 취업지원 요건 완화 등은 연쇄 감원과 소비 위축 속도를 늦추는 숨통 역할을 한다.
문제는 정책이 단순한 숨통 틔우기에 그칠지, 산업 전환과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질지다. 이미 생산과 고용에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사후 조치만으로는 산업 위기를 단기간에 되돌리기 어렵다. 지정 기간도 6개월로 매우 짧다. 여기에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압박까지 이어져, ‘고용 유지’와 ‘산업 전환’ 모두 쉽지 않은 과제로 남는다.
정부가 단순 지표 충족만 앞세워 대응을 늦춘 결과, 울산 산업과 고용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됐다. 석유화학 고용 위기를 안정시키고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책 속도와 강도를 높여 실질적 지원과 구조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