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96)초당에 곤히 든 잠-임의직(미상)
상태바
[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96)초당에 곤히 든 잠-임의직(미상)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6.01.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아이클릭아트
▲ 아이클릭아트

길조 꿈꾸다 현실로 돌아오다

초당에 곤히 든 잠 학의 소리 놀라 깨니
학은 적적(寂寂) 간 곳 없고 들리나니 물소리라
아희야 긴 낚싯줄 설설 풀어 연당에 던지어라 <창악집성>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학은 길조를 상징한다. 귀인이 좋은 소식을 들고 올 수도 있으니 물소리에 마음 담그며 외로운 시절을 보내는 은자의 마음이다.

새해도 벌써 며칠이 지나간다. 올해는 붉은 말의 해라고 모든 이가 말의 기운을 받으려는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날 짐승 중에서 학의 빼어난 자태가 과히 일색이라면 네 발 달린 동물 가운데는 말(馬)의 자태를 어느 동물에 빗댈 수 있을까. 하기야 정글의 왕인 사자도, 범도 둘째가라면 설워하겠지만 천 리를 단숨에 내달리는 적토마(赤兎馬)라면 또 오추마(烏騅馬)라면 과히 어금버금할 것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적토마는 과히 늠름하고 잘 생겼기로 이름났다. 처음에는 천하의 맹장 여포가 주인이었다. 여포의 무예는 유비, 관우, 장비 셋을 동시에 대항하고도 천하를 질주하는 그런 장수였다. 다음에는 조조가 적토마의 주인이었다가 조조는 관우를 우러러 융숭히 대접하며 적토마를 관우에게 선사했다. 그러자 적토마를 타는 순간 유비를 찾아 달려가고 말았으니 관우의 충성심은 아직도 많은 삼국지연의 독자들의 심중에 살아 있다.

관우가 붉은 말갈기 휘날리는 적토마를 타고 붉은 수염을 날리며 청룡도를 휘두르고 적진을 향해 내달리면 적군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러나 관우가 손권에 패해 적토마는 다시 손권의 손에 들게 되자 적토마는 손권의 마굿간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주인 관우를 따라 굶어 죽었다고 전한다. 한갓 짐승이지만 슬프고도 감동적이다.

적토마는 털이 붉고 토끼처럼 네 발이 땅에 닿지 않을 만큼 빨라서 적토마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고 명마가 아니라 주인을 지키는 충정까지 지키는 말이기에 적토마는 명마 중의 명마이다.

임의직은 조선 후기의 가객(歌客)으로 노래로 이름이 났고 거문고에도 뛰어났다. 누구라도 꿈에서 깨면 학은 온데간데없고 들리는 것은 오직 세월 가는 물소리뿐이라. 학의 풍모를 우러르며 적토마를 타고 내달리는 꿈을 꾸며 또 한 해를 당겨가는 것이다.

한분옥 시조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며느리(고 김태호 의원 맏며느리)’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에
  • 울산 전고체배터리 소재공장, 국민성장펀드 1호 후보 포함
  • 조선소서 풀리는 돈, 지역에서 안돌고 증발
  • 올해 울산공항 LCC(저비용항공사) 5편 중 1편꼴 지연
  • 현대자동차 퇴직예정자 박태서씨, “30여년 삶의 터전…무궁한 발전 염원”
  • 울산산재병원 의료진 확보 속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