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추위와 맞선, 길 위의 노동자들
상태바
온몸으로 추위와 맞선, 길 위의 노동자들
  • 주하연 기자
  • 승인 2026.01.22 0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영하권 강추위가 이어진 21일 울산지역 곳곳에서 배달기사 등 야외노동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영하권 강추위가 이어진 21일, 울산 곳곳의 길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몸을 움츠린 채 하루를 시작했다.

바람이 스며든 골목길에서는 가스검침원이 두꺼운 외투를 여미고 계량기 앞에 몸을 숙였고, 도심에서는 도로 보수 작업자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차량 소음과 냉기를 그대로 맞으며 작업을 이어갔다.

배달 오토바이와 택배 차량은 잠시도 멈추기 어려운 동선 속에서 쉼 없이 움직였다. 이날 울산의 아침 기온은 영하 7℃까지 떨어졌고, 낮에도 영상 1℃ 안팎에 머물렀지만 이들이 몸을 녹일 수 있는 공간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가스검침원 김모(55)씨에게 길거리와 상가, 아파트 단지는 곧 작업장이자 대기 공간이다. 그는 “특별히 쉴 곳이 없다. 집 뒤 골목이나 건물 외벽에 설치된 계량기를 확인해야 해서 체감 추위는 더 크다”고 설명했다.

겨울에는 해가 짧아 오후 4시만 넘어도 계량기의 숫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김씨는 “골목 안 빙판길을 밟아 미끄러지는 일도 다반사”라며 “그나마 덜 추운 점심시간을 중심으로 일을 몰아서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택배기사 정모(32)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씨는 “쉼터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기사들 대부분은 잘 모른다”며 “무엇보다 큰 택배차를 세울 곳이 없고 접근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배송 시간에 쫓기는 구조에서 잠시라도 동선을 벗어나 쉬는 것은 곧바로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는 “추운 날씨에도 차 안에서 잠깐 손만 녹이는 게 전부”라고 털어놨다.

법적으로는 모든 사업장에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길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그 규정은 체감되지 않는다.

이동하며 일하는 특성상 고정된 쉼터는 접근하기 어렵고, 한파 속에서 휴식을 보장받을 명확한 기준도 부족하다.

폭염의 경우 강제성이 약한 작업중지권이나마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만, 한파에는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기준조차 없어 현장 노동자들은 기후 위험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특히 이동노동자들은 호출을 거부하거나 작업을 늦추는 순간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커, 날씨를 이유로 스스로 작업을 중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 결과 폭염이든 한파든, 위험은 개인이 감내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최만식 공공운수노조 울산지역본부장은 “한파 속에서도 배달, 검침, 도로 보수 같은 필수 노동은 멈출 수 없는데 정작 이들을 위한 쉴 공간은 제도와 현장 사이에서 사라져 있다”며 “기후를 이유로 노동자가 작업을 멈추는 것이 ‘눈치 볼 일’이 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휴식 기준과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주하연기자 joohy@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며느리(고 김태호 의원 맏며느리)’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에
  • 언양터미널 임시시장 3월로 연기, 날씨·민원 탓…안내 없어 혼란만
  • 현대자동차 퇴직예정자 박태서씨, “30여년 삶의 터전…무궁한 발전 염원”
  • 울산산재병원 의료진 확보 속도낸다
  • [오늘의 운세]2026년 1월13일 (음력 11월25일·정해)
  • 올해 울산공항 LCC(저비용항공사) 5편 중 1편꼴 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