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석유화학산업 장기 불황에 대응해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신청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석유화학 침체가 지역 경기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울산까지 지정될 경우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가 위치한 지역 모두가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에 포함된다.
시는 남구를 대상으로 한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신청을 위해 관련 서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고 9일 밝혔다. 시는 2월 중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 1월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네번째 사전 컨설팅을 진행하며 자체 조사 자료를 설명했고, 이 자리에서 산업부는 울산의 산업위기지역 지정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2025년 3분기 실적까지 공식 통계 확인이 가능한 상태로, 시는 곧 집계될 4분기 실적까지 반영한 최신 자료를 산업부 요청에 맞춰 준비 중이다.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은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지역 내 대규모 휴·폐업과 실직이 우려되는 곳을 정부가 사전에 지정해 지원하는 제도다.
지자체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산업부는 외부 전문가와 관계부처로 구성된 산업위기대응 심의위원회의 현장 실사와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지정될 경우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우대, 중소기업 정책금융 지원 강화 등이 이뤄진다.
문제는 울산이 현행 정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행 지정 요건은 지역 주력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또는 사업장 수가 전년·전전년 동월 대비 5% 이상 감소한 상태가 3개월 연속 지속돼야 한다.
울산은 석유화학 외에도 자동차·조선 등 다른 주력산업이 상대적으로 버티고 있어 여수·서산 등 타 지역만큼 수치상 악화가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에 시는 정량 요건이 아닌 정성 지표를 중심으로 신청 전략을 세웠다. 공장 가동, 기업 운영 상황 등 공식 통계에는 명확하게 반영되지 않지만 현장 체감도가 높은 지표를 근거로 석유화학산업 위기 실태를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산업부가 “정성 지표라도 직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자 시는 석유화학 관련 기업 29곳을 직접 방문하는 현장 조사도 진행했다.
시는 공장 가동률 저하, 투자 축소, 협력업체 경영 악화, 고용 불안 조짐 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음을 자료로 정리해 제출할 방침이다.
산업부 역시 이 같은 정성 요건들이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에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용노동부도 지난달 남구를 고용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해 향후 6개월간 고용유지지원금과 직업훈련,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지원책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치우쳐 지역 경제의 중심축인 대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전력 사용량이 많은 석유화학 산업 특성상 전기요금 부담 완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산업위기지역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에 포함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의 2.7%를 부담하는 구조로, 요율 인하 없이도 실질적인 전기요금 경감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울산시 관계자는 “석유화학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고용과 협력업체, 지역 상권으로 충격이 확산되는 만큼 보다 폭넓은 산업위기 대응책이 필요하다”면서 “이달 중으로 산업부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