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다움을 선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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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울산다움을 선물하려면
  • 경상일보
  • 승인 2026.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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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준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지속가능관광컨설팅 대표

다른 지역에서 울산을 찾아온 반가운 손님에게 울산다움을 선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울산다움은 장소성에서 비롯되기에, 다음과 같이 정의해 본다. 장소가 인간의 인식 체계를 통해 특정한 이미지와 가치를 지니고 인지된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때, 공간을 장소로 만들고, 특정 장소를 다른 장소와 구별되게 하는 총체적 특성을 ‘장소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장소와 장소성의 개념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 공간이라는 물리적 실체와 인간 활동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된 의미의 결합이라는 점이라고 할 때, 그 장소가 가지는 물리적 요소들에 대한 개발뿐만 아니라 인간이 그 장소에 대해 장소감을 기르고 애착을 느낄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울산에서 장소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곳곳에 있는 관광지를 포함한 관광자원과 박물관, 미술관 및 산업 현장이 대표적이라고 본다.

지난달 개인 일정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을 비롯해 안성의 한국조리박물관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울산에 돌아와 그 기억을 잊지 않고 2년 만에 울산박물관을 찾았다. 서울에서 북적이는 관람객들을 보아서일까, 울산은 평일이었고 시간이 맞지 않아서 그런지 한산함은 아쉬움이었지만, 동시에 천천히 관람할 수 있는 여유이기도 했다.

방문객이 가장 많았던 곳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영향력 덕분인지 아니면 ‘우리들의 영웅 이순신’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한 방문객이 많은 탓인지 당연히 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사전에 예매하지 않았기에 현장에서 줄을 서서 특별전 티켓을 구매한 뒤 체험존을 거쳐 전시장에 입장하였는데 워낙 방문객들이 많다 보니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이 떠밀려 다음 구간으로 이동해야 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대상지도 아산의 현충사였고, 이순신 위인전도 여러 번 읽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지만, 5000원의 입장료는 다소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순신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체험존에서 엽서 만드는 것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준비된 체험이 전부여서 그랬을까?

반면 울산박물관의 기획 전시는 무료입장이었지만,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한 말 특집과 울산 할머니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울산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고, 그래서 아직 방문하지 않은 지인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상설 전시장의 구성이 바뀐 것도 눈에 띄었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은 서울역사박물관처럼 하나의 역사 존이 마무리되면 그 내용을 기억할 수 있는 개별 리플릿을 준비하지 않은 점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4개의 존(조선시대의 서울·개항과 대한제국의 서울·일제강점기의 서울·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점자가 찍힌 리플릿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울산박물관 산업사관에서는 최신 기술을 통해 울산의 산업을 설명하도록 기획한 것은 ‘AI산업수도 울산’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반구천의 암각화를 모티브로 한 실감영상과 유일하게 유료로 이용하는 울산 라이징 포트도 인상적이었다.

경기도 안성에 위치하였지만 가장 뚜렷한 테마를 지닌 한국조리박물관은 사설박물관이어서 입장료가 8000원이나 되어, 쉽게 접근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정확한 타깃(전국 조리 전공 고등학생·대학생)을 설정한 덕분에 방학보다는 학기 중에 방문객이 더 많다는 점을 관장님의 설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울산에도 암각화박물관, 외솔기념관, 오영수문학관 등 특정 테마로 준비한 박물관들이 다수이기에 이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울산의 장소성 및 울산다움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곳이기에 기획 단계부터 전시하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반응을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울산다움’은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까?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선도하고 있는 ‘산업 수도 울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를 보유하고 있는 ‘역사도시 울산’,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광역단체가 지정된 ‘문화도시 울산’, 죽음의 강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한 ‘생태·환경도시 울산’, 제2의 국가정원을 보유하고 있고, 2028년에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는 ‘정원도시 울산’, 전국 유일의 장생포고래문화특구가 있는 ‘고래도시 울산’ 중에 결정되어야 한다.

물리적 확충에 앞서 각 공간이 지닌 산업·생태·역사의 서사를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하고, 체험·기록·교육과의 연계 강화를 통해 ‘다시 찾고 싶은 장소’로 만드는 것이 울산다움을 선물하는 길이다.

유영준 울산대학교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지속가능관광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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