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로봇이 일하는 시대,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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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로봇이 일하는 시대,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 경상일보
  • 승인 2026.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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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산업 현장에서 자동화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해 온 역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기술의 결합은 기존 기계화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를 예고한다. 과거의 기계가 인간의 근육을 대신했다면, 오늘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판단과 숙련, 나아가 전문직의 영역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어촌에서 수십 명의 숙련 인력을 대체하는 장비가 등장하고, 제조업에서는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이 투입되며, 의료와 법률·회계 분야에서도 알고리즘이 판단을 보조하거나 일부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노동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는 문명사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 발전의 속도가 사회 제도와 인식의 변화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데 있다. 자동화 설비 도입이 생산성과 효율을 높인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기업은 비용 절감과 품질 균일화를 이유로 로봇을 선택하고, 소비자는 더 저렴하고 빠른 서비스를 요구한다. 이 구조 속에서 인간 노동은 점차 비용 요소로만 평가되기 쉽다. 결국 노동자는 기술 발전의 수혜자가 아니라 대체 대상이 되었다는 불안에 직면한다. 실제로 자동화 도입 발표만으로도 현장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이러한 구조적 긴장을 반영한다.

치과 기공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는 숙련 기술자의 손기술과 경험이 필수였지만, 이제는 디지털 스캐닝과 설계 프로그램이 보철 제작 과정 상당 부분을 대신한다. 이는 정확성과 속도를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신규 인력 진입 장벽을 높이고 직업 안정성을 흔든다. 의료 영상 판독이나 병리 분석처럼 데이터 기반 판단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의 영향력이 더욱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기술은 특정 직종을 없애기보다 직무 구조를 재편하며 노동 시장의 지형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기술 거부나 맹목적인 수용이 아닌 균형 잡힌 대응이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은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맥락 이해, 윤리 판단, 창의적 해결 능력처럼 기계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인간과 기술의 경쟁 구도가 아니라 협력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려면 교육 체계부터 변화해야 한다. 지식 암기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비판적 사고, 문제 정의 능력, 협업 역량 같은 보편적 능력을 길러야 하며 직업 교육도 단일 기술 숙련이 아니라 융합적 역량 개발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정책적 대응도 중요하다. 자동화로 발생하는 생산성 이익이 기업에만 집중된다면 사회적 갈등은 필연적으로 심화된다. 재교육 지원, 전직 안전망, 기술 도입 이익의 사회 환원 장치 등을 통해 변화의 부담을 공동으로 분담해야 한다. 기술 발전이 공동 번영으로 이어지려면 그 혜택 역시 공동체에 분배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기술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투자다. 기업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단기 비용 절감만을 목표로 자동화를 추진한다면 숙련 인력 기반이 붕괴되어 장기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는 생산 구조를 설계하고, 기존 인력을 새로운 역할로 전환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은 조직의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며, 궁극적 경쟁력은 여전히 사람에게서 나온다.

다가오는 시대의 핵심 과제는 “어떤 일이 사라지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공감, 책임, 의미 부여, 가치 판단 같은 능력은 여전히 인간에게만 가능하다. 기술이 계산과 분석을 맡는다면 인간은 방향과 목적을 정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인간이 도구를 통제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도구와 협력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결국 인공지능과 로봇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선택지는 저항이 아니라 설계다. 사회와 교육, 산업이 함께 준비한다면, 기술은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노동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기계가 일을 대신하는 만큼 인간은 더 인간다운 일을 맡게 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일 것이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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