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9장 / 광명세상을 꿈꾸는 백성들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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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9장 / 광명세상을 꿈꾸는 백성들 (133)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6.02.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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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 등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주 배경이 되고 있는 무룡산에서 본 태화강 전경. 울산시 제공

“저는 배운 것도 없고 일자무식이라서 할 얘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내원마을로 이주해 오신 걸 환영합니다. 비록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이 많은 노인네지만, 이곳의 특성은 제가 조금 일찍 와서 경험한 관계로 잘 아니까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십시오. 아는 만큼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말을 못한다고 하더니만 잘만 하시네. 정승판서를 해도 되겠어요.”

“옳소.”

“이참에 한양으로 보냅시다.”

“하하하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서로의 간격을 좁혀 주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들처럼 모든 사람들이 한 가족이 된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 천동은 다소 무거운 얘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이곳에서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최소한 4~5년은 고생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곳은 나라에 세금을 바칠 필요도 없고, 양반들에게 수탈당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기에 우리가 열심히만 일한다면 우리의 자식들은 적어도 배는 곯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주 많습니다. 농지를 개간하고, 제대로 살 수 있는 각자의 집을 지어야 하며, 틈틈이 시간을 내서 군사훈련도 해야 합니다. 도적들이나 산짐승들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훈련을 통해서 힘을 길러야 합니다.

이곳은 각종 약초와 산나물이 많이 나기 때문에 부지런하기만 하면 절대로 굶어 죽을 일을 없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것을 가지고 가끔씩은 영덕이나 진보장시에 가서 소소한 생활용품은 물론 소금과 생선도 사 와야 합니다. 또한 웬만한 병은 이곳에서 나는 약초로 치료해야 합니다. 물론 우리는 울산에서 살 때도 돈이 없어서 아무리 아파도 의원에게 가지 못하고 민간요법에 의지해야 했지만, 이곳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의 자문을 구해서 민간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게 기본적인 약초에 대한 지식은 다들 조금씩 배워야 합니다. 산 좋고 물 좋은 내원마을이기에 상한 음식을 조심하고, 음식을 제대로 익혀만 먹는다면 큰 병에 걸릴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나머지 얘기들은 나중에 천천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뭉친다면 우리는 이곳에서 잘 먹고 잘 살 것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이곳 쉰한 가구의 식구들은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우리는 공동운명체입니다. 갑자기 기름기가 뱃속에 들어가면 탈이 날 수 있으니 천천히 꼭꼭 씹어서 드시기 바랍니다.”

함성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천동이야”라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쟁이 임금보다 낫네.”

“아무렴.”

“우리는 자네를 믿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거지?”

“모든 마을 일은 같이 의논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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